성공한 여성벤처기업들

 지난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320호 강당에서는 200여개의 눈망울이 숨죽인 채 차례로 단상에 올라선 여성기업인들에게 집중됐다. 이날 행사는 여성벤처기업협회 주최 여성벤처기업인 창업 성공사례를 공모해 발표하는 자리였다. 여성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업을 하면서 겪은 경험이나 역경을 딛고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배경 등 성공한 여성기업인들의 실제 체험을 생생하게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행사에 참석한 젊은 여성벤처기업인·예비창업자·학생들은 이날 발표자로 나선 기업인들이 창업 초기 겪은 애로, 가정주부에서 기업가로 변신하게 된 동기, 성장기업으로 발전하기까지 쌓은 노하우에 관해 귀기울였다.

 이날 성공사례 발표자는 이영남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을 비롯해 김태희 씨엔에스 사장, 이수복 에스오엔코리아 사장, 이혜경 한국피엔알건설 사장, 최영선 애드온 사장 등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태희 씨엔에스 사장은 “인터넷을 단순히 과거에 해온 일을 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파악한다면 아무리 성실하고 근면하게 일해도 결국 자멸하게 될 것”이라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에반스와 벌스터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말문을 열었다. 김 사장은 “벤처를 단순히 ‘고위험·고소득’이라는 경영형태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며 “변화된 디지털 환경과 e비즈니스 패러다임이라는 새로운 경제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는 신경영방식의 결집체”로 정의했다.

 김 사장은 이와 함께 후배 예비창업자들에게 “세계적인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선도적으로 앞서 나가는 사업은 항상 있었다”며 “최근 시장 동향 및 전망을 파악한 후 자기가 관심있는 업종을 선택한 뒤 최선을 다해 규모에 맞는 사업을 해나가길 권하고 싶다”고 충고했다. 또 “결국 사업은 사람이 하는 일이며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수복 에스오엔코리아 사장은 “2000년 후반기에 닥친 벤처 위기와 함께 예상치 못한 시련을 겪고 있다며 유동성 확보를 위한 노력과 해외 투자유치, 과감한 사업 조정을 통해 지난해 매출성장률이 500%를 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를 위해 “항상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재무 계획을 최소 1년 전에 예측하며 최고경영자의 역할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이혜경 한국피엔알건설 사장, 최영선 애드온 사장도 각자의 경험담을 발표했다. 최 사장은 “여자들은 일을 해야 한다던 어머니의 말씀이 평생 일을 하겠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평생 갈 길을 선택하고 준비하는 여성예비창업인들이 많이 배출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기업인으로서 자질을 키우는 것과 동시에 여성에 대한 편견에 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노력하는 자에게 운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를 주최한 협회 이영남 회장은 “IT교육 강화로 한국은 인터넷 사용 여성이 전체 여성의 52.4%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 참여율도 2002년 48.8%, 오는 2007년 55%에 달해 여성이 주도하는 기업 비율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는 적극적인 출산장려정책과 함께 육아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21세기에는 스피드 경영(Speed Management), 디지털 경영(Digital Management), 지식정보화 경영, 고객 중심 경영이 큰 줄기를 이룰 전망”이라며 “다재다능하고 국제적 감각을 지닌, 도전정신에 불타는 여성벤처기업인들의 역할이 크게 주목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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