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세상속으로]인프라넷 `세상을 여는 창` 10월호

 최근 급변하는 IT 트렌드를 누구보다 빠르게 수용하는 것이 ‘얼리어댑터’다. 인프라넷이 발행하는 사외보 ‘세상을 여는 창(10월호)’에 실린 ‘디지털시대의 신(新)지식인 그룹:얼리어댑터’를 소개한다.

 디지털제품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휴대폰에서 PDA·디지털 캠코더·디지털 카메라·노트북·프로젝트TV 등은 이젠 디지털제품의 대명사가 돼버렸다. 이런 신제품의 대부분은 처음 접해본 사람의 의견이 실제 제품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새로운 것을 누구보다 빨리 접하고 그것을 분석하고 주변에 전파시킨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얼리어댑터다.

 “갑부집 자식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상품의 노예라고 비난하는 이도 있다.”

 “별난 제품을 수집하는 콜렉터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

 얼리어댑터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이렇게 다양한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곤 한다. 그러나 얼리어댑터는 스스로를 신상품을 가장 먼저 소개하고 소비자를 계몽하는 오피니언 리더라고 설명한다. 이미 미국·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신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존재로 얼리어댑터들이 인정받고 있다.

 미국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얼리어댑터는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게 느껴지는 단어지만 미국에는 이미 1만명 정도의 얼리어댑터가 있다고 한다. 국내에도 이런 얼리어댑터들이 수면으로 차츰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1년 전 이들을 위한 사이트(http://www.earlyadopter.co.kr)가 개설되기도 했다.

 얼리어댑터는 어떤 개념에서는 ‘마니아’나 일본의 ‘오타쿠’ 문화와 그 성격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특정 분야가 아니라 디지털 문화를 대표하는 모든 제품을 ‘지식’을 기반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이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으며 오히려 보보스(Bobos)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얼리어댑터에 대해 1차적인 궁금증을 해결한 많은 사람이 오해하기 쉬운 한 가지가 있다. 얼리어댑터를 부자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래서 얼리어댑터의 소비행태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사치라며 ‘물질주의 노예’로 몰아붙이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얼리어댑터를 소비자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때에 따라 소비자가 되기도 하지만 정확히 말해 소비자라고 할 수는 없다.

 얼리어댑터는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사용후기를 올려 수많은 네티즌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사이버공간의 ‘오피니언 리더’인 셈. 성능은 물론 재질까지 꼼꼼히 따지는 이들의 영향력은 제조회사들에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얼리어댑터들의 공통성향 가운데 ‘박스는 처분하지 않고 잘 모셔두는 편’이다. 제품을 구입하더라도 단순한 소비자 입장이 아닌 제품평가단 입장으로 사기 때문에 포장지나 박스·제품설명서·제품을 싸고 있는 비닐까지 유심히 관찰하기 때문에 박스를 보관하는 습관까지 생긴 것이다.

 제품을 평가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벤치마킹하는 사람과 베타테스터, 얼리어댑터로 구분할 수 있다. 벤치마킹을 하는 사람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제품을 분석하고, 베타테스터는 써본 소감을 설명한다. 반면 얼리어댑터는 객관적인 분석은 기본이고 주관적이고 감성적으로 결론을 내린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얼리어댑터는 제품 개발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그룹이다.

 최근 국내 얼리어댑터 사이트에는 하루 평균 100여명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해 커뮤니티 치고는 매우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 회원의 반응은 대부분 ‘바로 내가 찾던 공간’이라는 것. 제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배경·기능·매뉴얼·활용서부터 그 다음 버전에는 어떤 제품이 나올 것이라는 추측까지 제품 하나를 둘러싸고 얼리어댑터들은 현미경으로 제품을 관찰하듯 분석한다.

 소비자문화원이나 소비자연합회가 잘못된 것을 시정하는 역할을 한다면 얼리어댑터는 좋은 제품, 예술의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도록 채찍질하는 역할을 한다. 얼리어댑터의 활동이 왕성할수록 기업들은 더욱 까다롭고 정교하게 제품을 만들어야 할테고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도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안겨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소비자 모두에게 필요한 계층임에 틀림없다.

 <조현경 자유기고가, 최미선 편집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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