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도 무너진다.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요즘 밤잠을 못잘 정도로 답답하다.”
“IT펀드 만드는 것을 두고 여러 말이 많다. 그러나 뻔히 보이는 것이다. 여기서 한번 늦추면 1년 늦어진다. IT의 1년은 (전통)산업의 10년과 맞먹는다.”
이상철 정통부 장관은 지난주말 저녁 정보통신정책 토론회에서 말을 꺼내자마자 10여분간 요즘의 심정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본심을 몰라 주니 속상하다’는 불만 토로도 있었고 ‘돈과 전문가를 구하도록 도와 달라’는 읍소도 있었다. 취임직후의 기자간담회와 비교해 다소 피로한 기색을 보였으나 정책적 의지만큼은 더 강해진 듯했다.
최근 이 장관을 둘러싼 논란의 핵은 ‘IT펀드’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의 예상되는 요금인하분을 펀드로 조성해 차세대 IT기술과 산업 발전에 쓰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벤처기업을 비롯한 IT제조업계로부터 대체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한켠에서 ‘그냥 적당히 요금을 내리면 될 것을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이 장관이 괜한짓 한다’는 비난도 받았다. 이통사업자들은 취지엔 동감하면서도 가급적 출연금을 내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다. 시간만 적당히 흘려버리면 된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이 장관은 “미국에선 경기침체와 주식시장의 붕괴로 기업들은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침체를 더욱 가속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에게도 곧 닥쳐올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자명하다”면서 IT펀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초고속인터넷, CDMA와 같이 우리 IT산업을 도약시킬 새로운 패러다임을 빨리 찾아야 한다”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말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장관이 과연 남은 임기 안에 우리를 먹여살릴 새로운 IT산업과 이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는 ‘묘약’을 찾아낼지 연말 IT산업계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신화수기자 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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