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폐쇄로 인한 미국 서부항만 마비상태는 조기에 해소되지 못할 경우 3분기 들어 상승세로 전환된 수출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LG전자와 삼성전자, 삼성SDI 등의 국내 수출물량뿐 아니라 중남미에 현지공장을 둔 업체들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멕시코 티후아나에 공장을 두고 서부항만으로 모니터용 브라운관(CDT)을 조달해 온 삼성SDI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 공급선을 브라질 마나우스 공장으로 바꾸는 등 지역거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같은 지역에 공장을 둔 삼성전기도 생산에 필요한 영상부품용 자재는 충분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서부항만이 아닌 멕시코로 직접 운송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미국으로의 수출을 항공기편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해운·항만 비상 태세=서부항만으로 실어나르는 물류를 담당하고 있는 해운업계는 이번주까지 사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운항 스케줄 조정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산자부에 따르면 현재 외항에 대기중인 우리 선박은 한진해운 11척, 현대상선 6척, 부정기선 9척 등 모두 26척이지만 현재 컨테이너선 10여척이 서부항만쪽으로 가고 있어 이번 주말까지 대기선박은 더욱 늘어난다.
컨테이너 확보와 수출입 화물처리도 골칫거리다. 국내에 확보된 빈 컨테이너는 5만TEU(TEU=1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서부항만에 대기중인 선박의 컨테이너가 돌아오지 못하면 처리 가용량이 이번주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게다가 태평양항로 선사들이 선적을 기피할 경우 부두 안팎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물류대란의 우려감까지 감돌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및 업계 대책=산자부는 이번 사태 종결시까지 운영한다는 방침아래 지난 7일부터 업종별, 단체별 비상대책반을 꾸려 피행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회접근도 고려해 봤지만 절차가 복잡해 사태해결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중·서부 지역에 출하할 물량에 대해서는 현지와 운송기일을 늦추는 문제를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 선박으로 운송하는 품목의 경우 동부의 시카고 뉴욕항만, 멕시코, 캐나다 등으로 옮긴 후 내륙운송을 활용할 계획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미항만사태 원인과 대책
3000억 달러 규모의 교역을 처리하는 서부 29개 항만의 폐쇄는 취약해진 미국 경제에 또 한번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항만 폐쇄로 미국 경제는 하루에 2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특히 항만 폐쇄로 물류가 막혀 연중 최대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특수를 놓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또 미국 수출에 의존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J.P.모건 체이스 은행은 홍콩, 싱가포르, 대만의 GDP 성장률이 각각 0.5% 정도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 한국의 대미 수출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미 일본의 도요타 등은 부품 부족으로 생산 감축에 들어갔다.
이번 사태은 사용자측인 태평양해운협회 (MPA)와 항만노동자의 대표기구인 국제 연안·창고노조 (ILWU)가 단체협약 경신을 둘러싸고 충돌한 것이 항만 폐쇄와 극단적 대립의 원인이다. 특히 MPA가 업무 효율을 위해 첨단 정보기술 (IT)을 도입하려는 것에 대해 노조가 적극 반대하고 나선 것이 중요한 원인이 됐다. MPA는 화물을 자동 등록할 수 있는 광학 스캐너 등의 신기술을 도입하려 했으나 ILWU는 인력 감축 및 고용 불안을 우려해 거세게 반발했다. 양측은 단체협약 경신을 위해 5월부터 협상을 계속해 왔으나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는 태업을 벌여 왔다. 노조가 단체협약 경신 시한인 7월 1일 이후에도 태업을 계속하자 MPA는 29일 항만 폐쇄로 대응했다.
미국 정부가 사태에 본격 개입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7일 (현지시각) 서부 해안 항만 폐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947년 제정된 태프트-하틀리법에 따라, 노사분규 조사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는 8일까지 결과를 보고해야 하며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80일간의 냉각 기간을 설정, 항만을 개방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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