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화 충북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정보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교육에서 e러닝은 새로운 교육적 패러다임의 변환으로 크게 환영받고 유례없이 큰 진입장벽 없이 시작됐다. 사이버대학이 시작된 지 2년여 만에 사이버대학의 수가 15개로 늘었다. 물론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e러닝의 열기는 곧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조정능력에 의해 재조정될 것이다.
e러닝은 기본적으로 교육을 위해 존재한다. 교육의 목적을 잘 지원하게 되면 계속 교육환경으로 남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방법으로 대체될 것이다. 현재의 e러닝은 새로운 교육적 요구를 만족시킬 만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가.
새로운 도구가 생길 때마다 그 도구는 기존의 일을 새로운 방법으로 하는 것을 돕다가 고유의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곤 했다.
현재의 e러닝은 기존 교실수업을 그대로 사이버공간에서 재현하려는 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가능하면 교실수업에서 하던 그대로 교수들의 강의를 비디오로 전달해주고 교실에서 하던 방식의 토론이나 프로젝트 진행을 답습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미시간 주립대학의 경제학 수업분석 연구에 따르면 e러닝을 하는 학생들의 50%가 교수의 수업 비디오를 보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다.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사이버 대학의 학생들은 비디오 강의를 원하지만, 캠퍼스대학의 학생들은 e러닝 수업이라고 해도 비디오 수업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있다.
많은 예산과 인원을 동원하여 제작하는 수업 비디오가 예상보다 많이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디오로 전달되는 정보의 밀도가 낮아서 비디오를 보는 시간에 웹문서나 다른 매체로 정보를 전달받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최근 스탠퍼드 대학과 HP에서는 재미난 실험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연구와 교육연구로 이름난 존 실리 브라운 박사는 수업 비디오에 많은 다른 정보를 같이 제공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보통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내는 웃음소리나 박수소리, 움직임 등은 노이즈로 처리해 가급적 수업 비디오에서 배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이러한 노이즈(학생들의 반응)가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여러 가지 채널로 처리하여 교수 비디오에서 함께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언제 학생들이 일제히 노트필기를 시작하고 있는지, 언제 많은 학생들이 웃었는지, 학생들이 머리를 돌려 다 함께 쳐다보는 것이 있었는지... 등과 같이 학생들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소재한 국립대학(교사양성 교육기관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e러닝 대학이다)은 책을 챕터별로 볼 수 있게 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책 한권을 단위로 팔던 시대에서 책이 챕터별로 나뉘어 팔리게 될지도 모르는 시대로 가고 있다. 이 대학에서는 한 과목을 4주 단위로 가르친다. 우리가 학위를 얻기 위해 듣는 과목들은 모두 15주나 16주 단위로 편성돼 운영되는 것과 많은 구분이 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e러닝의 역사가 더 오래된 미국이나 서구의 경우에도 필자는 어느 e러닝 조직에서도 수익을 낸다고 보고된 바를 듣지 못했다. e러닝 조직이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추구하는 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나아가 나스닥에 상장된 영리기관의 형태로까지 운영되고 있으나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올 9월에는 애리조나 주 정부가 지원하여 전문대학들이 운영해 온 e러닝 프로그램을 닫고 이를 위해 정부지원금으로 마련한 컴퓨터 및 기자재를 공매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들도 e러닝 프로그램을 포기한다고 발표하였다.
한편 MIT대학은 200년에 공언한 대로 2002년 9월 30일에 누구나 대학의 강의자료를 볼 수 있도록 Open Course Ware (http://web.mit.edu/newsoffice/nr/2002/ocw.html) 사이트를 제공하였다. MIT대학의 교수들은 자신의 명성을 전세계에 조직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되어 환영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저서가 더 많이 알려지고, 자신을 홍보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자신의 자료를 기꺼이 공짜로 볼 수 있게 가상교육공간에 올린다고 한다. e러닝은 분명 고유의 독특한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이제 교실수업에서 할 수 없었던 다른 새로운 교육방법을 제공해야 할 때다. e러닝이 있어서 우리 교육이 더욱 풍부해지고 의미있어지는 교육의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ohlee@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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