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쯔-지멘스, PC·서버 부문 통합

 휴렛패커드(HP)와 컴팩컴퓨터의 합병에 이어 일본 후지쯔와 독일의 지멘스가 PC 및 서버 부문을 완전 통합키로 함에 따라 전세계 PC 시장 구도의 대대적인 개편이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후지쯔와 지멘스가 북미와 아시아 지역 PC 및 서버 부문의 해외 조달, 생산 마케팅 조직을 통합키로 하고 이의 일환으로 올해중으로 데스크톱PC와 관련 부품의 설계 사양을 표준화하기로 했다. 양사는 데스크톱PC 표준화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노트북PC와 서버 등의 표준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양사의 이번 통합 합의는 지난 99년 네덜란드에 50대50 합작사를 설립, 유럽 지역 각사의 메인프레임과 PC 부문을 통합한 데 이은 것이다.

 후지쯔는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일본 소비자들의 수요 패턴이 다른 지역 소비자들과 상이하다는 점을 고려, 당분간 내수 시장용 PC 개발 업무는 유지할 예정이다.

 ◇배경=후지쯔와 지멘스의 통합 합의는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PC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PC와 서버 부문을 통합해 개발과 생산면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이번 통합으로 과잉 인력을 줄여 생산 단가를 30% 이상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생산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향후 3개 데스크톱PC 생산 기지도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PC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부품의 70% 이상을 외부에서 조달하게 됨에 따라 수익성이 개발력보다는 구매력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에 처했다.

 ◇합작사 규모=양사의 합작이 마무리되면 연간 매출 규모 1조엔(80억달러), 연산 600만대 규모의 IBM에 이은 세계 4위의 PC 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후지쯔-지멘스 동맹은 전세계 4위 규모에 해당하지만 이조차 HP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합작사가 부품 공급업자들의 협상 테이블에서 통합에 따른 이득을 크게 누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PC 시장은 컴팩컴퓨터와 합병한 휴렛패커드가 연산 2400만대 규모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델컴퓨터가 1700만대 규모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밖에 IBM과 NEC가 뒤를 잇고 있다.

 ◇전망=지멘스는 후지쯔와의 유럽 합작사에 유럽의 PC, 서버, 메인프레임 부문을 완전히 이관하는 등 하드웨어 부문을 정리하고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분야를 강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또 최근 몇년간 이에 따른 눈에 띄는 수익성 개선 효과도 거두어왔다. 그러나 익명의 한 애널리스트는 “현재로서는 지멘스가 IT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후지쯔는 지멘스에 비해 훨씬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도시바와의 반도체 부문을 통합키로 했지만 양사의 주도권 다툼으로 완전 통합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드웨어 부문의 분리 전략에 대한 강력한 내부 저항에도 직면했다.

 어쨌든 양사의 합작은 ‘규모의 경제’를 고려한 제 2, 3의 통합 시도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NEC, 샤프, 히타치 등 일본의 주요 PC업체들은 최근 생산을 전문 수탁업체에 돌리는 등 글로벌 경쟁에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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