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용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kyjee@etri.re.kr
월드컵 이후 우리나라는 또 하나의 아시아 축제인 14회 부산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는 북한의 참가로 사상 최대 규모가 된다.
돌이켜 보면 배달의 국운상승은 96년 제10회 아시안게임부터라고 생각된다. 이때 우리는 이미 아시아 종합 2위의 위업을 달성했다. 5000년 역사를 통해 이보다 더 통쾌하게 힘으로 주변국을 제압한 사례는 없었으며, 그때까지 ‘설마 우리나라가…’하는 만연된 패배주의는 신세대에 의해 깨끗이 구축되었다. 그러한 국운상승이 88올림픽, 월드컵을 거쳐 남북한이 함께 모이는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남북간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의 착공 등은 남북교류 협력사에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며, 북한당국의 신의주 특별행정구 설치는 남북간 경협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김정일 위원장이 일본 고이즈미 총리와 만나 양국 협력방안을 모색키로 함에 따라 한국, 북한, 일본 3국간 교류협력 확대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경제교류 및 협력은 필연적으로 IT부문의 협력을 증대시키고, 역으로 IT부문에서의 활발한 교류·협력은 사회·경제·문화 등 타 분야의 교류·협력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수반할 것이다. 즉 IT는 신의주 특별행정구 및 금강산 개발사업, 경수로 사업, 남북 육로 연결사업 등을 활발하게 전개시키는 데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 IT분야 교류는 초보단계지만 남북한이 협력, 광통신망 사업이 본격 추진될 경우 남북간 당국회담,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경의선 연결, 남북경협 등 다양한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원활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 네트워크 업체의 경우, 이미 북한내 인프라 구축에 대해 포괄적인 합의를 이뤄냈고 유수의 통신회사는 대북사업전담반을 구성한 상태이며 방북을 통한 직접 협상을 추진중이다. 이러한 적극적 투자전략에 편승해 이제 막 시작된 남북 IT협력이 대북접근 및 수익의 불투명성, ‘바세나르협정’ 등 그동안 지적돼온 여러 난관을 무리없이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요청된다.
첫째, 바세나르협정과 북한의 개방 수준 등 외생적으로 주어진 한계를 주어진 조건으로 하여 대북협력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한반도형 유망 협력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둘째, 기업·민간단체·대학·연구기관·정부 등 다양한 기관을 모두 활용하는 종합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기관별로 특성에 맞게 협력 내용을 구체화함은 물론 기관간의 연계방안과 중심체의 명확한 조정기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부가해 앞의 외생 조건의 변화를 고려한 시나리오에 따른 단계별 협력 확대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일단 현 단계에서는 우선 민간 주도의 협력 활성화에 매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활발한 기업 차원의 협력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위험을 분담할 수 있는 보험 혹은 매칭펀드 방식의 투자지원이 요구된다. IT분야는 남북협력의 견인차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IT분야의 경협은 남북간 틈을 어느 정도 메울 수는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일반적인 성공변수가 적용된다. 즉, 좀더 빠른 시간에 더 빈번한 접촉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과 정보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가격경쟁력을 보장할 수 있는 임금 및 생산성 수준의 보장과 적극적인 투자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정보개방과 국제화가 핵심변수라는 점을 북한이 인식할 때, 북한의 IT산업은 도약이 가능할 것이며 남북교류도 결실을 거둘 수 있다. 남과 북이 같이 모인 자리에서 부산경기장 트랙을 질주하고 있는 서울의 젊은 건각과, 플로어를 날아다니며 춤출 평양의 앳된 소녀가 일본을, 중국을, 세계를 경악케 할 그날의 함성을 기대해본다. ‘유동(流動)하는 인간의 정신’은 판도라의 최고 선물, 즉 ‘희망’이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기회로 유동하는 남과 북의 화합기류가 우리 민족의 위대한 희망으로 움트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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