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프로듀서라는 신종 직업이 최근 할리우드에 나타났다. 이는 미국 영화 제작사들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본영화뿐 아니라 짤막한 다큐멘터리, 감독 인터뷰, 촬영장 뒷이야기 등의 내용을 DVD에 같이 담기 시작하면서 DVD 타이틀 제작과정을 기획·지휘할 인력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DVD 타이틀의 출시 증가로 시장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본영화 외에 얼마나 다양하고 재미있는 부가 콘텐츠가 포함돼 있느냐가 주요한 DVD 선택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고급 타이틀의 전유물이던 이런 ‘보너스’ 콘텐츠가 거의 모든 DVD 타이틀에 일반화됨에 따라 유능한 DVD 프로듀서의 수요도 점점 늘고 있다고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또 최근 DVD 시장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DVD 프로듀서의 수요를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미국내 DVD 보급대수는 약 3100만대, 보급률은 25%에 달한다. DVD플레이어를 가진 사람은 한해 평균 16개의 타이틀을 구입하는데 이는 비디오테이프 판매가 가장 많았을 때보다 무려 3배나 높은 수치다. 또 영상산업에서 가정 대여·판매가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극장수익이 81억달러인데 비해 가정 매출은 109억달러에 이르는 등 가정은 할리우드의 놓칠 수 없는 수익원이 됐다.
이처럼 DVD 타이틀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과거 영화제작이 끝난 후 부수적으로 제작되던 DVD용 부가내용들도 영화제작 초기단계부터 같이 기획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AI와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연출할 때 DVD 프로듀서를 영화 촬영 초기부터 함께 작업에 참여시켰다.
연예 에이전시들도 우수한 DVD 프로듀서들을 확보하려 한다. 이들은 우수한 DVD 프로듀서들을 독특한 개성을 지닌 영화감독처럼 브랜드 가치가 있는 상품으로 포장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DVD 프로듀서에 대한 대우가 아직 좋은 편은 아니다. 일급 프로듀서의 경우 50만달러까지 예산을 배정받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DVD 타이틀 제작을 위한 진행비나 인건비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프로듀서에 떨어지는 몫은 10% 정도. 군소 타이틀을 제작할 경우 수익은 1만달러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스타워즈 에피소드2’ DVD를 제작중인 밴 링 프로듀서는 “그래서 우리들은 정말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작품을 원하죠”라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영화 제작 초기부터 DVD 프로듀서가 함께 참여해 DVD 타이틀을 제작한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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