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운동계의 대모 글로리아 스타이넘(68)이 한국기자협회 여기자클럽 초청으로 지난 27일 방한했다. 그는 70년대에 미국 최초의 여성운동잡지 ‘미즈(Ms)’를 창간하고 전미여성기구, 여성노조연합, 미즈재단을 공동창립하는 등 여권신장운동을 이끌어온 세계 여성운동계의 상징적 인물. 특히 플레이보이 클럽의 바니걸로 잠입해 클럽 내 여성비하와 성희롱을 폭로하는 기사를 쓰는 등 미국의 보수성과 남성들의 이중성에 강하게 도전해왔다.
제주도 서귀포시 KAL호텔서 가진 공동 인터뷰에서 그는 전자신문 독자들에게 “IT산업과 같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의 경우 초기에는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핵심역할을 하지만 시장이 성숙하게 되면 여자들이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며 “처음 시작처럼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끈질김이 절실하다”고 설파했다. 한국 IT산업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이 반드시 귀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열린 강연회에서도 “한국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두가지 일을 해내면서 어느 것 하나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가사 및 육아를 남성과 적절히 분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은 여성과 남성 그리고 사회전체의 이익이라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녀평등지수가 29위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에서 평생을 여성운동에 몸바쳐온 그의 방한은 어떤 울림을 낳을까.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들이 자신을 제대로 발현하고 목소리를 내려면 서로 힘을 합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세계에 매몰되지 말고 함께 살고 있는 여성을, 밖을 바라보십시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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