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크기만한 IC카드를 통해 커피전문점의 단말기에 커피값을 지급하는 장면이라든가 휴대폰의 버튼을 눌러 자녀에게 용돈을 이체하는 장면 등은 10여년 전만 해도 컴덱스(COMDEX) 같은 첨단 IT전시회에서 미래의 생활상으로 소개되던 모습이다. 그 후 PC사용이 보편화되고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일상화되면서 공상 속에만 머물러 있던 전자화폐가 현실로 등장하게 됐다.
전자화폐는 전자상거래 지급수단으로서의 필요로 인해 수요가 촉발됐지만 이제는 전자화폐 자체가 지니는 장점, 즉 가치의 저장과 이전이 자유롭고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범용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소지하는 데 따른 불편이 없다는 점 때문에 수요가 더욱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선사시대에 조개껍질이 화폐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래 3000여년 만에, 근대 화폐인 은행권이 등장한 지 200여년 만에 화폐는 이제 디지털 신호로 무체화돼 모습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됐다.
머지 않아 지폐와 같은 현용 화폐는 상징적으로만 존재하거나 보조화폐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우리 지갑 속에서 돈이 사라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경제생활이 간편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도난이나 분실 위험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현금은 예로부터 가장 매력적인 절도의 대상이 돼 왔으나 신용카드나 전자화폐의 보급 확대로 무현금 시대가 도래하면서 범죄의 발생 유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경찰백서에 의하면 99년에 1488건이던 지하철 소매치기 범죄가 꾸준히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617건으로 현저히 감소했다. 그러나 어느 사회든 경쟁에서 도태된 배곯는 계층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범죄가 한 쪽에서 줄어들면 그만큼 다른 유형의 범죄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들어 다른 강력범죄와 컴퓨터관련 지능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정보사회의 진전과 전자상거래시대의 도래는 새로운 형태의 고용과 시장질서를 창출함으로써 미래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 과실이 음지까지 골고루 적셔주어 빈부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바로 진정한 자본주의의 풍요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정득진 한국전자거래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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