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과기위 위원
국내외적인 사회적 현상들이 한국 반도체산업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내부적으로 반도체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가적 인식의 저하, 반도체 인재 수급의 원천인 이공계 학생들의 반도체 분야 기피현상, 외부적으로는 후발국가의 추격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계 정상에 대한 자신감이 80년대 초 본격적인 투자 이후 한세대도 걸리지 않아 세계 1위를 이룩한 반도체 성취의 그 근간을 이루고 있음에도 말이다.
성공요인은 비전을 가진 기업가 정신, 정부의 부단한 인프라 지원, 산학연 협동체제의 삼박자를 꼽을 수 있다. 이 요인의 핵심에는 지난 20여년 동안 반도체 입국에 뜻을 둔 많은 인재들과 이들을 사로잡은 기업 투자 및 정부의 국책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지원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미국 중심의 네트워킹 트렌드의 우세로 급격히 국내 인재의 반도체 유입이 줄어들었다. 심지어 전기전자 분야 출신자들에게 반도체분야는 3D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국가 프로젝트 또한 마찬가지다. 반도체 기술과 산업 성장률의 둔화를 기정사실화하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반도체 국책 프로젝트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한국 반도체가 전체적인 리더십의 부재에서 시달리는 동안 선진국의 약진, 후발국들의 추격은 상당히 심각하다. 세계 반도체업계 서열 중 한국에서 삼성전자만이 선전하고 있는 사이 일본이 건재하고 대만 등 아시아 제국이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혹자는 한국의 이러한 상황을 ‘너트 크래커’로 비유한다. 원천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선진제국과 저임금과 우수동기를 가진 인력을 보유한 후발국가들 사이에 끼인 상황을 희화적으로 표현한 비유다.
인텔의 설립자인 앤디 그로브는 변곡점이라는 말로 성장에는 항상 한계가 있으며 이 증가율이 변화하는 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향후 10년내에 예견되는 한국의 변곡점은 어디에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이를 시스템온칩(SoC) 트렌드에서 찾고자 한다. 시스템을 한개의 칩에 집적시키는 데서 경쟁력을 찾고자 하는 트렌드를 말한다. 여기에는 두가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찾을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이 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CMOS)의 스케일링에 의한 집적도의 증가가 기존 물리의 한계 안에서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면 앞으로 10년 동안은 기존 물리의 한계를 극복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게이트 산화막 기술, 트랜지스터 스케일링 기술, 연결선 기술, 저전력 및 고속회로 기술 등이 그 열쇠다.
둘째, 패러다임의 변화는 디지털시장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정보 및 가전기기의 네트워킹화에 의한 정보처리방법의 표준화, 이에 대응하는 대규모 기능의 한계칩으로 구현하는 SoC 집적화 설계기술 및 제품화 능력이 향후 10년간 반도체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현재 가능성으로만 제안되고 있는 Fe램, M램 등이 향후 10년내에 D램과 맞먹는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SoC화와 더불어 반도체 산업의 변곡점은 IT기기의 인간친화 기술에서 올 가능성이 많다. 인간의 오관에 관련된 친화기술의 획기적 변화 요구는 기존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기술의 획기적 발전과 SoC화를 요구한다. 이 인간친화기술의 집적화가 반도체산업의 성장을 담보로 하는 또 하나의 킬러 프로덕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 나라의 경쟁력은 사람과 기술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부가가치가 높은 외국 자본과 기업의 유치 또한 이러한 국내의 잠재력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잠재력의 증가를 위한 노력이 국책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향후 10년간 대규모 기술장벽을 뛰어넘기 위한 노력 그리고 SoC 집적화 기술을 위한 대규모 대학 및 국책연구소센터의 설립과 지원 그리고 이들과 최근 시작한 각종 나노 프로젝트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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