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홈쇼핑시장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중국 유통시장이 열리면서 국내 유통업체들이 할인점에서 홈쇼핑업체에 이르기까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각 분야에서 중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지난 2000년 이마트가 중국 상하이에 첫 할인점을 연 데 이어 연내 2개 점포를 추가할 계획이며 아시아홈쇼핑·LG홈쇼핑 등이 잇따라 만리장성을 넘었다. 최근 인프라넷이 중국 전역 대상의 24시간 홈쇼핑 채널 경영권을 획득해 중국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하지만 중국 홈쇼핑시장을 넘기 위해서는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국내업체가 중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무한한 시장 잠재성 때문이다. 이미 케이블TV에서 1억5000만가구를 시청자로 확보하고 있고 해마다 30∼50%의 가입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입자만 단순비교하더라도 국내 가입자의 20배가 넘는 규모다. 케이블TV가 차지하는 위치 역시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이다.
이런 가운데 일고 있는 국내업체들의 중국 진출 바람은 국내 홈쇼핑시장이 조만간 포화상태를 보이면서 성장세가 주춤하리라는 현실적 판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돌파구로 중국시장이 급부상한 것이다. 물론 중국은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케이블TV망이 구축돼 있지만 홈쇼핑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국내에서 쌓은 기술과 노하우를 수출할 경우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전의 IT업체들이 경험했듯 중국 홈쇼핑시장 역시 결코 만만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우리와 다른 방송환경을 갖고 있다. 국영인 만큼 정부의 지휘감독 아래 프로그램이 제작되며 광고 하나 하나까지 정부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외국 회사에 방송 채널 운영권을 주지 않으며 위탁 형태로 경영권만을 줄 뿐이다. 그만큼 국내업체의 입지가 좁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취약한 물류와 배송 인프라, 낙후된 결제시스템 역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집 앞에까지 배달되는 우리나라의 배송망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란 얘기다. 지난 3월 아시아홈쇼핑이 중국 광둥성 소재 남방TV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의욕적으로 중국 홈쇼핑사업을 벌였으나 ‘중도하차’라는 고배를 마신 것도 따지고 보면 낙후성을 탈피하지 못한 취약한 배송망 때문이었다. 베이징TV와 양해각서를 교환했지만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LG홈쇼핑 역시 미비한 인프라 때문에 곤혹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또 우리의 예상과 달리 홈쇼핑의 역사가 상당히 깊다. 우리처럼 정부에서 인정한 홈쇼핑 사업자만 없을 따름이지, 이미 95년부터 우리나라의 인포머셜 형태의 광고성 방송을 해왔다. 100여개의 이 같은 케이블TV 광고방송업체가 활동중이다. 국내업체는 이들과 직간접적인 경쟁을 벌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우리와 다른 프로그램 제작 방법, 상품의 아웃소싱 문제, 직접 보고 구매하는 중국인들의 현실적인 소비성향 등도 진출성공의 변수다. 물론 현지 진출 업체들은 다양한 사업파트너를 만들고 중국 우정국의 우편배달망 체제를 활용하는 방안 등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코 만만하게만 볼 수 없는 중국 홈쇼핑시장을 향한 국내업체의 행보가 신기루로 끝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성공모델을 만드는 황금어장이 될지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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