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컴팩 합병 선언 1주년 "성공작" "실패작" 엇갈린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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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9월 4일, 휴렛패커드(HP)는 컴팩컴퓨터와 합병하기로 했다는 깜짝 뉴스를 발표해 세계 IT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그로부터 꼬박 1년이 지난 지금, “업계의 경쟁 기반을 바꾸어 놓겠다”던 HP의 당시 선언들은 얼마나 달성됐을까.

 합병 무효를 주장한 측과 극심한 소송전을 벌인 HP는 올 5월초가 돼서야 합병사를 출범시켰으니 합병 첫 발표에서부터 실제 합병사 출범까지는 근 8개월이 걸렸다. 합병 규모도 양사의 주가하락으로 합병 첫 발표당시에는 250억달러에 달했지만 실제로는 187억달러에 그쳐 63억달러나 하락했다. 또 합병 사실이 알려지자 양측은 계약 단계에 있던 대형 고객을 잃기도 했다. 시장전문가들은 HP의 컴팩 인수 ‘도박’은 아직 그 성공여부를 판단하기 이르다고 지적하며 하지만 합병이 처음 발표됐을 때 제기됐던 우려들, 즉 △기술 합병은 성공하기 어렵다 △컴팩을 사들여 IBM과 델을 견제한다는 HP의 전략은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등은 아직도 통합HP가 직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논란이 분분한 통합HP의 성공과 실패 여부에 대해 실패했다고 보는 측은 통합HP의 매출이 합병 완성 4개월이 지났음에도 예상보다 적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또 앞으로도 계속해서 PC와 고성능(하이엔드) 서버 시장에서 합병사가 시장점유율을 잃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많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HP는 PC와 하이엔드 서버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델컴퓨터·IBM 등 경쟁업체들 사이에서 점차 ‘설 땅’을 잃고 있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델이 3분기나 4분기에는 HP를 제치고 다시 PC시장에서 1위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합병 찬성론자들은 HP가 발빠르게 통합제품 계획안을 마련하는 등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컴팩의 디지털이퀴프먼트 인수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밥 웨이먼 통합 HP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주 “PC시장의 점유율 하락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 내년 1분기까지는 PC사업이 수익을 내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하지만 서버,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등을 아우르는 통합HP의 핵심사업인 ‘엔터프라이즈 시스템’ 부문이 언제 수익성을 낼지에 대해서는 그 시기를 제시하지 못했다. 전 컴팩 CFO이자 현 HP 통합 부사장인 제프 클라크는 “매출과 점유율 하락은 합병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합병찬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클라크는 “내 관점에서 보면 HP가 다른 경쟁사들보다 경영을 더 잘 했다”며 그 근거로 HP는 일년전의 월가 전망을 92% 달성한 반면 경쟁사들은 85%밖에 안됐다며 합병실패론자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HP와 컴팩의 합병을 예견한 바 있는 베어스턴스의 애널리스트 앤드루 네프는 “HP의 컴팩 합병이 성공했는지 판단하기 이르다”며 “합병사가 출범한 지 4달이 흘렀지만 아직도 통합팀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HP는 합병을 성공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패스트 스타트’(Fsat Start)는 그 일환인데 이는 통합직원들에게 새로운 조직 구조를 설명하고 새로운 근로자와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통합HP는 또 합병사가 출범한 올 5월 7일 이후 모든 직원들에게 배지를 달도록해 일체감을 조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통합HP 닷컴’이라는 전자우편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본사가 있는 쿠퍼티노 등에서 2주간 컴팩 로고 없애는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합병전 사용한 양사간 언어적 차이도 통합 노력의 한 장애라고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일례로 ‘로케이션’(location)이란 단어를 HP 직원들은 회계 코드로 이해하고 있는데 반해 컴팩직원들은 이를 지역적, 물리적 공간으로 이해하고 있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다름’을 해결하기 위해 통합HP는 광대한 내부 컴퓨터 네트워크를 가동시키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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