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21세기적 국산품 사랑

 ◆한국컴퓨터통신 사장 강태헌 thkang@unisql.com

깡마른 체구로 물레를 돌리고 있는 마하트마 간디의 사진 한 장은 강대국에 맞서는 약소국이 선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저항 방법의 하나인 ‘국산품 애용 운동’을 대변한다. 80여년 전 이 땅에서도 고당 조만식 선생을 중심으로 일본의 침탈에 맞서 ‘조선물산 장려운동’이 벌어졌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열렸던 동계올림픽에서의 석연찮은 판정에 항의하기 위해 상대방 국가 제품의 불매운동을 주도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국내에 생겨나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는 상황이 80여년 전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일방적 지배가 아닌 ‘상호 자유무역’의 대세 앞에 세계시장에서 국경의 의미는 갈수록 퇴색하고 자국의 상품만을 편파적으로 보호하려는 무역정책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기업들도 모든 보호막에서 벗어나 세계적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을 스스로 기르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IT시장도 마찬가지다. IT의 생성과 발전은 분명히 몇몇 선진국에서 시작됐다. 그랬던 만큼 제품력과 기술력에서 소수의 국가, 소수의 기업들이 기득권을 쥐고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 해왔던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우리처럼 그들의 어깨 너머로 신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후발국들은 그들을 극복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몇몇 부문에서는 오히려 그들을 능가할 만큼 제품력과 기술력을 갖춤으로써 제3시장은 물론 그들의 본토에서마저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됐다. 국가적 보호 대신 철저한 자생노력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의 생존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산물이었다.

 그렇지만 우리 기업들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도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 중 무엇보다 국산 솔루션은 당연히 기술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일방적 편견, 가격을 아무리 비싸게 주더라도 외산을 사야 안심하는 무사안일이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한다. 요즘 같은 무한 경쟁 시대에 국산이니 무조건 구매해 달라는 것도 어울리지 않지만 반면에 국산이라고 무조건 깔보는 것도 부당하다. 국산 솔루션에 대한 인식을 공정히 하는 것, 21세기적인 국산품 사랑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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