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전력산업 구조개편과 IT

 ◆오태규 한국전기연구원 전기시험연구소장 tkoh@keri.re.kr

지난해 여름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최된 IEEE PES(Power Engineering Society) 여름회의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의 기조연설은 참으로 신선한 충격으로 느껴졌다.

 전력기술 관련 학술대회에 정보기술(IT)산업의 첨병이라 할 마이크로소프트의 중역이 전력사업과 관련해 자사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를 한 것이었다.

 프로젝트 전체 개요는 전력을 비롯해 가스, 물 그리고 이와 관련된 통신 등 소위 망을 기저로 하는 유틸리티산업 전체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것이었지만 전력산업 관련 내용이 비중있게 다루어진 것으로 기억된다.

 조금만 시야를 넓혀 생각하면 전력산업에서 IT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된다.

 전력산업의 유통시스템인 전력계통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공시스템으로서는 가장 큰 비선형시스템이라 한다.

 사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력산업의 규제완화 및 구조개편 혹은 전력시장의 경쟁도입은 전력계통 운용에서 IT의 역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전력산업에서의 경쟁은 기술적으로는 전기의 생산과 유통기능을 분리하는 것이 가능함으로써 촉발됐고 IT가 거대한 전력계통을 실시간으로 통제하는 것을 가능케 한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된 급전자동화시스템, 송전망 운용관리시스템, 그리고 배전자동화시스템은 거대한 컴퓨터 응용 IT시스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른 경쟁적 전력시장의 도입은 전력시장 운용시스템이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IT를 필요로 한다.

 여기에는 중앙컴퓨터시스템, 계량시스템, 통신시스템, 재무처리시스템 등 컴퓨터 관련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발전사업자, 판매사업자 등 시장참여자들이 경쟁적 전력시장에 참여해 합리적으로 전력거래를 하기 위해 필요한 고도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등 연관산업 파급효과도 적지 아니하다.

 더욱이 전력시장 운용의 효율성 제고를 통해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추구하는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달성하는 데에도 필수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다.

 그러나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추진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이 분야에서 국내 연구개발은 대단히 미미하며 시스템 도입을 통한 운용 및 유지보수 기술 확립이 주요 목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국가과학기술정책 관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IT는 대단히 빠른 속도로 발전해 세계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전력기술 분야에서도 상당한 기술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있어 두 분야간 협력으로 전력산업 IT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아시아지역에서는 일본보다도 먼저 전력시장의 자유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 중국을 비롯한 국가들이 우리의 성공사례를 기대하고 있어 아시아지역에서의 전력시장 운용시스템 기술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에 있다.

 이와 같은 여건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건대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에 의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전력산업 분야 IT개발을 전력산업 연구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서 중점적으로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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