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폐가전 재활용 기술 확보도 시급
유럽연합(EU)이 지난 7월부터 신냉매 사용 에어컨만을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본격화되면서 환경가전의 비용절감, 효율적 폐가전 재활용 기술이 전자업계의 핫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U가 환경규제 첫 적용 대상품으로 에어컨을 선정, 지난 7월 1일부터 신냉매 사용 에어컨만을 공급받으면서 국내 업체들은 10% 이상 가격상승 요인이 발생해 채산성 확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신냉매를 공급하고 있는 듀폰·하니웰 등이 7월부터 신냉매 공급가격을 20∼30%씩 올려 에어컨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EU가 오는 2004년부터 히터 겸용 쿨러에 대해서도 신냉매 사용 의무화를 예고하고 있어 신물질 적용·친환경 설계 등에 따른 원가인상이라는 어려움 속에 가격대를 유지해야 하는 업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만도공조 등 에어컨 제조업체들은 DB구축 등을 통한 폐가전 재활용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라인인 기흥사업장 2단지를 국제적인 환경경영시스템인 ISO14001 적용대상으로 만드는 등 생산공정 라인 합리화와 친환경 생산라인 마련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초 대한상공회의소는 ‘녹색구매 가이드라인’ 보고서를 통해 “산업계가 까다로운 환경규제를 적용하는 유럽 시장 진출을 감안, 향후 전자부품 등의 제조시 유해물질 사용 여부는 물론 친환경 폐기를 위한 설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재린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부회장은 “이번 EU의 에어컨에 대한 신냉매 사용 의무화 실시를 계기로 여타 환경가전 제품에 대한 인식을 제고, 향후 지속적으로 제조원가에 부담을 주게 될 환경가전 개발과 이에 따른 원가절감 노력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강력한 환경규제를 실시하는 유럽의 입장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긴 하지만 대세를 감안할 때 환경가전 개발의 필요성이 날로 고조되고 있어 환경가전에 대한 업계의 인식제고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건모 아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유럽이 저농도 납·PCB 제품 분리·재활용 관련 규제를 강화할 경우 환경가전 개발에 앞선 도시바·IBM·마쓰시타 등 세계적 전자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지적한 바 있다.
<이재구기자 jklee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