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한·중 수교 10년에 부쳐

 한국전쟁 이후 40년 가까이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중국과의 수교가 내일이면 10년째다. 강산도 변한다는 지난 10년 동안 한·중 관계는 정치와 경제, 문화 등 사회전반에서 많은 변화를 만들어 냈다. 그 중에서도 경제는 정치와 문화분야 협력을 촉진시키는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대중 교역량이 급격히 늘면서 이제 중국은 우리 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시장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특히 전기·전자제품은 10년 만에 교역량이 20배 이상 늘어날 만큼 대중 교역을 주도하는 품목이 됐다. 또 정보기술(IT) 산업은 90년대 후반 들어 수출이 본격화됐음에도 불구하고 35배에 이르는 수출증가를 기록, 차세대 주력 수출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 외에도 오랜 교역의 대상이었다는 이력 때문에 중국은 그리 낯설지 않은 나라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중국시장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보고 이를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미국에 치중돼 있던 우리기업들의 해외투자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미국은 우리 기업들이 기술도입, 시장개척 등을 위해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였으나 이제 그 자리를 중국이 차지했다. 지난 상반기 대중국 투자는 대미국 투자를 2배 이상 앞섰다.

 최근 들어 기업들의 대중국 진출 움직임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 벤처가 한반도를 달궜다가 식은 지금, 우리 기업들에는 중국이라는 새로운 열풍이 불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벤처기업들까지 너도나도 중국으로 달려가면서 한국판 서부개척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한·중 수교 후 10년 간의 변화, 특히 최근 2, 3년 간 경제교역에서의 변화를 감안할 때 중국은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국가경제의 새로운 도약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6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잠재력이 우리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은 위험하다. 그들 역시 경제대국을 꿈 꾸고 있고 그래서 우리와는 경쟁상대가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저가품을 내다파는 3류 국가를 벗어나고 있다. 가전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상당품목에서 우리를 앞섰으며 디지털기기나 IT 등 첨단제품에서도 우리를 바짝 따라붙고 있다. 우리가 세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메모리분야에서도 10년 안에 우리를 따라올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이곳에 달려간 우리 기업들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실패한 기업들도 적지않다. 또 교역과정 전반에서 나타난 우리 기업들의 대중 경쟁력 약화부분을 감안할 때 당장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기업들 역시 장기적인 면에서 재평가돼야 한다. 이제 지난 10년간 우리 기업들이 경험했던 실패와 성공 요인들이 정리돼야 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진출할 기업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효율적인 현지 경영을 이룰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대중국 교역에서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것인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중국이 제2 내수시장으로 남게될지 우리 시장을 잠식하는 최대 경쟁국이 될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국 교역의 향후 10년이 이전 10년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큰 이득을 위해 거위를 팔 것인지 상대적으로 이득이 적더라도 이 거위가 낳은 황금알을 팔 것인지는 기업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한류열풍이 불고 있는가 하면 월드컵에서 한국팀의 성공을 가장 강도 높게 비난한 나라가 중국이다. 우리에 대한 선망과 질시가 공존한다는 이야기다. 경제분야에서도 이는 예외일 수 없다. 상생의 길을 찾으면서 항구적인 국가 이익을 올리는 길을 찾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다.  

 박주용 디지털경제부장 jy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