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호 상명대 국어교육과 교수
인류의 문화는 크게 네 차례의 변혁이 있었다고 한다. 첫째는 사람이 말을 함으로써 수렵사회가 형성돼 다른 동물을 제압할 수 있었다. 둘째는 글자를 만들어서 농경기술을 기록하고 축적해 농경사회를 형성했다. 셋째는 인쇄술의 발달로 기술정보를 다량으로 공유해 산업사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넷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정보사회로서 컴퓨터를 중심으로 하는 뉴미디어가 변혁의 주인공이 돼 인류문화를 혁신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일찍이 한국어를 가지고 있었으며 금속활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음소문자인 훈민정음을 창제한 우수한 민족이다. 이러한 문화와 지식기반의 역사 속에서 한국의 근대산업화는 조금 뒤졌지만 다행히 우리는 현대 정보사회에서 뉴미디어의 연구개발로 세계에 앞장설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또한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정보사회에 알맞은 문자로서 뉴미디어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정보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한글은 가장 발달한 음소문자로서 컴퓨터 구조에 잘 어울리며 자판 배열에서 ‘좌자우모(左子右母)’ 즉 왼쪽에는 자음을 배열하고 오른쪽에는 모음을 배열해 자유롭게 문자를 조합하고 생성하는 아주 우수한 체제를 가지고 있다.
또한 손전화(휴대폰)의 자판은 12개의 문자로 짜여져야 하는데 중국의 수많은 한자나 100글자가 넘는 일본 문자로는 아주 불편해 정보화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한글은 모음을 천지인(· ㅡ l) 세 글자의 조합으로 모든 모음을 처리하기 때문에 이를 채택한 삼성의 ‘애니콜’ 같은 손전화는 세계 일류상품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주역이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문자메시지를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글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발달된 정보문화를 우리 민족이 모두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의 장래에 큰 장애가 될 것이기에 남북의 6·15 공동선언을 바탕으로 서로 교류하고 협력해야 하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
국어정보학회에서는 지난 94년 남북의 학자들이 함께 모여 국어정보 교류에 관한 학술대회를 했고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후 96년, 99년, 2001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남북한 학술회의와 정보교류를 통해 컴퓨터 자판과 코드 문제, 음성인식기술문제, 국제표준규격문제, 정보기술 용어통일 문제, 글꼴문제 등 여러 분야의 연구와 협력문제를 협의해 왔다.
그리하여 금년에는 그 결실의 하나로 ISO2382 기반 ‘정보기술 표준용어사전’을 우리 한국어정보학회와 중국조선어신식학회, 북한의 조선교육성프로그람교육쎈터 공동으로 한·영·조·중·일어판(975쪽)과 조·영·한·중·일판(973쪽) 두 권을 출간하기에 이른 것이다.
남북한 화해무드와 남북 경제협력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남북한이 공존하며 발전할 수 있는 전략마련의 일환으로 남북한 정보통신 협력의 현황을 진단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의 과학기술정책, 북한의 정보통신정책, 북한의 신사고론, 북한의 정보통신 현황 등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사업별 과제로는 통신교류의 협력, 정보통신 인력양상 남북한 협력방안, 남북한 소프트웨어 협력, 남북한 정보통신합작회사의 설립, 음성인식기술 공동 개발, 남북한 정보통신 용어의 통일, 남북한 통일 도메인 구성 등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주요 정보기관으로는 평양정보쎈터, 조선콤퓨터쎈터, 김일성종합대학, 과학아카데미, 국제통신쎈터, 중앙과학기술 통보사, 평성이과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 전자계산기 단과대학, 평양정보과학기술대학(설립중) 등이 있다.
21세기 정보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한 정보화의 균형적 발전이다. 통일의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의 정보화는 남북이 함께 하는 정보화, 민족의 정보화가 돼야 하며 균형적 발전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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