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유럽-이통업체들 `목청` 높인다

 스웨덴·노르웨이·독일 등지의 3G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의 이동통신업체들이 이들 국가의 3G사업권에 부과돼 있는 각종 의무조항들을 대폭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말로 규정돼 있는 3G서비스의 의무 출범시기를 몇 년 동안 연기해주고, 업계의 신규 네트워크 설치 부담이나 서비스대상 인구수와 같은 각종 부대조건도 현 업계의 실정에 맞춰 재조정해 달라는 것이다.

 이달 초 프랑스의 오렌지는 스웨덴 통신당국을 상대로 3G서비스의 의무 실시시기를 오는 2006년까지 3년간 유예해줄 것과 현재 통신업체당 886만명으로 규정돼 있는 3G서비스 적용대상 인구수 역시 830만명선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주에는 노르웨이의 텔레2노르웨이(Tele2Norway)가 올해 말까지 1700개의 통신소 설치를 규정한 노르웨이 3G사업권의 의무조항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 업체는 노르웨이 정부가 이런 의무조항들을 완화해주지 않을 경우 3G서비스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영국 보다폰의 독일지역 책임자 유르겐 폰 쿠츠코우스키는 디벨트와의 회견에서 “독일에서의 3G서비스 실시시기가 규정보다 훨씬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런 그의 발표는 영국 본사의 즉각적인 부인으로 일단락됐지만 이를 계기로 영국·독일 등 유럽의 주요 이동통신시장에서도 3G서비스의 실제 출범시기와 3G사업권의 의무조항 완화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통신업계가 3G사업권의 의무조항 완화를 요구하고 나서자 유럽 각국 정부는 그 대응방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엇보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3G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 기존 사업권에 강력한 의무조항을 부여해 놓고 있는 스웨덴 정부가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

 스웨덴 정부는 주파수 경매제를 통해 3G사업권의 매각수익을 극대화한 영국과 독일 정부와는 달리 사업권의 가격을 낮은 액면가의 수준에서 고정시켰다. 대신 2003년 말까지 99.98%의 스웨덴 인구가 3G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 설치요건 등 의무조항을 대폭 강화하고, 이를 약속한 기업에만 우선적으로 사업권을 판매했다.

 이에 따라 유럽 통신업계에서는 스웨덴 정부가 프랑스의 오렌지를 계약위반으로 명시, 과징금을 물리거나 아니면 사업권 자체를 취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오렌지가 다른 2개의 3G사업권자와 더불어 스웨덴의 농촌지역 통신네트워크를 공동 건설하기로 계약했다는 점이다. 만일 오렌지의 투자가 중지된다면 스웨덴의 전체 3G사업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오렌지의 요청을 들어줄 경우 다른 3G사업권자 역시 줄줄이 오렌지의 뒤를 따를 태세여서 스웨덴의 조기 3G서비스 실시구상은 더욱 요원해질 전망이다.

 사정은 네덜란드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스웨덴이나 네덜란드에서의 사태추이가 영국·독일·프랑스 등 주요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이다.

 이들 시장의 3G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오렌지나 텔레2노르웨이와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3G사업권의 의무조항 완화여부가 전체 유럽의 논쟁거리로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유럽의 3G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 가운데 처음으로 실력행사에 들어간 오렌지와 텔레2노르웨이에 대해 스웨덴과 노르웨이 정부가 어떤 대처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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