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던 지난해 전세계 정보기술(IT) 관련 업체들이 대부분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에도 직원 수를 늘렸던 컴퓨터 공룡 IBM이 최근 1만5000여명의 직원을 줄이겠다고 발표해 관련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IBM은 최근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2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올해 말까지 1만5000여명의 직원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전세계에서 약 32만명이 일하고 있는 IBM에서 이 같은 감원은 지난 10여년 동안 최대 규모다.
또 분야별 인력 감축 계획을 보면 IT서비스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2개 사업부 직원들이 대거 거리로 내몰릴 전망이다. IBM은 이들 두 부분에서 각각 1만4200명과 1400명을 줄일 계획이고 감원 대상 직원 가운데 57%가 이미 회사를 떠났으며 나머지가 오는 9월중 퇴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기업들의 전산 시스템 도입 및 경영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IT서비스 사업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해도 IBM이 호조를 보였으나 지난해 4분기 이후 전세계 기업들이 IT 하드웨어 투자에 이어 서비스 부문 지출까지 줄이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또 반도체 칩 등 미세 소자를 생산하는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사업부도 한 때 IBM의 미래를 담보하는 유망사업으로 각광받았으나 최근 전세계적인 IT불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대규모 감원사태를 맞게 됐다. 이 밖에도 PC 및 소프트웨어(SW) 등의 사업부에서도 소폭의 감원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한편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던 지난해에도 직원을 늘렸던 IBM이 마지막 수단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최근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IBM은 작년 3분기 이후 최근 매출이 4분기 연속 하락하는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30일 끝난 2분기 실적을 보더라도 매출이 197억달러를 기록, 작년동기(208억달러)보다 5.7% 줄었다.
전문가들은 IBM에서 지난해까지 잘 나가던 서비스 사업 중에서도 최대 효자 사업부였던 ‘글로벌서비스’분야 매출이 2분기에 하락세(-0.9% 성장)로 돌아선 것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앞당겼다고 풀이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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