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한국적 마케팅

 ◆<백갑종 농수산TV 대표이사 kj0021@NongsusanTV.co.kr>

농수산TV는 얼마 전 홈쇼핑방송을 통해 ‘새벽시장’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목요일 새벽 6∼8시 두 시간씩 방영하고 있는 ‘새벽시장’은 주부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새벽시장’은 ‘주부들이 찬거리를 사기 위해 시장 돌아다니는 발품을 덜어주자’ ‘시장을 안방에 열어주자’는 아이디어였고 상품도 그에 걸맞게 걸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첫방송 때는 고등어, 은갈치, 삼치 등을 선보여 삽시간에 매진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필자는 ‘새벽시장’을 구체화시키기 전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그중에서도 귀가 번쩍하는게 있었는데 한 직원이 “한국인 고유의 트렌드, 한국주부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해 마케팅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부연설명은 이랬다. “시중에는 별별 마케팅기법이 수없이 많지만 대개는 선진국에서 건너온 것들이 많다. 마케팅이란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 뭔가를 사게 하는 기법인데, 한국인 특유의 생활방식과 정서를 고려해 개발한 것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러므로 ‘새벽시장’을 열려면 과거 우리 어머니들이 밥상을 차리기 위해 먹거리를 어떻게 마련했는지, 아파트에 사는 신세대주부들이 찬거리 때문에 무슨 고민을 하는지 연구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필자는 그 의견에 십분 공감하며 우리의 난장과 난전, 보부상과 방물장수를 떠올렸다. 어쩌면 오늘날의 남대문시장은 몸 안에 난장과 난전의 DNA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오늘날 대기업에서도 즐겨 사용하는 마케팅 방식의 하나인 방문판매는 그 시원이 방물장수에 있는 것은 아닐까. 어린시절 시골에서 보았던 방물장수 할머니를 떠올려본다. 그 할머니가 틀린 철자법으로 간신히 기록하던 ‘고객관리 수첩’은 어쩌면 오늘날 CRM의 참고자료로서 유용하지 않을까.

조만간 남대문시장을 찾아볼 생각이다. “골라, 골라!”를 외치는 상인들을 보면 우리회사 쇼핑호스트들에게 뭔가 조언을 해줄 거리가 생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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