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말했던 방송 스케줄과 관련된 사항이다. 바다의 전설 장보고의 계약 사항 중 ‘2001년 연내 방영을 해야 한다’는 조항을 지키기 위해 전 스태프들은 짧은 스케줄 내에서 어떻게든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중 가장 고통을 많이 받았던 것은 시나리오 작가. 시나리오 작가는 체력이 고갈되고 한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감기몸살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그 당시 작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나열하고 싶지만 아직 미혼인 관계로).
이때 즈음 우리는 방영일을 12월 26일로 확답을 받은 상태. 더 이상 피하거나 도망갈 여지가 전혀 없었다. 26편을 큰 탈 없이 끝내기 위해서는 방영전 최소 5회분에서 8회분 정도는 만들어 놓은 상태가 돼야 안전하게 방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애니메이션의 통념. 그때까지 우리는 바다의 전설 장보고를 필름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단 1편도 없었고 1·2화 작화 시작, 4·5·6화 콘티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남아있는 기간은 고작 넉달, 한 화수당 약 8∼9주가 소요된다고 보면 수정작업까지 12주 정도 필요한 시기 그렇다면 장보고가 방송으로 나갈 때는 3화를 수정하고 있을 시기라는 답이 나왔다. 방송사 측에서는 장보고가 이 시기에 방영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회사에서도 장보고의 위급성을 파악,모 든 작화감독들과 디지털팀 그리고 제작부 직원을 총동원해 장보고의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1월말이 되었을 때 우리의 예상처럼 3화 필름이 완성되고 있었다. 이대로 과연 방영시간을 준수하며 장보고를 끝낼 수 있을까. 오랜기간 동안 모든 스태프들의 체력과 정신력이 고갈된 상태. 시간을 지켜가며 작품이야 어떻게든 마칠 수 있겠지만 작품의 질적인 부분은 책임을 질 수 없었던 상태.
바다의 전설 장보고를 잘 만들고 끝내기 위해선 우리에게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다.
조금이나마 시간을 벌어 스태프들의 체력을 회복시키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나가야 한다는 것과 연내 방송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 이 두가지를 충족시켜 줄만한 그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어떻게든 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주위를 살펴보던 중 교육용 비디오 및 인터넷홍보를 목적으로 제작 중이던 ‘모험왕 장보고’가 눈에 들어 왔다. 모험왕 장보고의 스케줄도 바다의 전설 장보고처럼 별로 좋은 상태는 아니였지만 제작 편수가 많지 않았기에 단기간에 제작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한걸음에 (재)해상왕장보고기념사업회를 찾아 설득하기 시작했다.
바다의 전설 장보고의 방영에 앞서 모험왕 장보고를 방영하게 되면 교육 및 홍보에 극대화를 이룰수 있다는 것을 기념사업회 측에서도 이해하여 모험왕 장보고의 선 방영을 흥쾌히 승낙했고 기념사업회와는 바다의 전설 장보고 뿐만 아니라 모험왕 장보고와도 계약을 체결하는 쾌거를 이루어내었다.
스태프들은 무엇보다 바다의 전설 장보고의 퀄리티를 지켜 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너무너무 기뻐하였다. 그덕에 그 당시 모험왕 장보고의 편안한 제작에 불똥이 떨어지게 되었고 담당PD였던 이선화 PD와 이별남 제작부장은 모험왕 장보고의 방영스케줄을 지키기 위해 어마어마하게 고생하게 되었다.
<이강민 서울무비 PD kangmin@seoul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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