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까지만 해도 전세계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 액정표시장치(LCD) 업체들이 최근 한국과 대만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지적재산권(특허) 보호를 강화하는 등 문단속에 나서고 있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특히 샤프를 비롯해 히타치, 세이코엡슨 등 일본의 주요 LCD 업체들은 올해 들어 특허 관련 부서 직원을 50∼100%씩 늘리고 있어 대만 및 한국 업체들과의 특허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벌써부터 속속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삼성전자에 세계 1위 자리를 넘겨준 일본 최대 LCD 업체인 샤프는 대만 칭화픽처스튜브와 에이서재팬 등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이들 회사 제품 판매를 즉각 중지시켜달라고 요구하는 (특허) 소송을 도쿄 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세계 6위 LCD 업체인 히타치도 최근 대만은 물론 한국 LCD 업체들을 상대로 무더기 특허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소형 LCD 분야 세계 최대 업체인 세이코엡슨도 올해 말까지 특허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수를 지금의 2배가 넘는 100명으로 늘리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역시 대만 및 한국의 후발 LCD 업체들을 상대로 특허 소송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들 메이저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나 전세계 LCD 시장에서 10위 권을 맴돌고 있는 후지쯔와 NEC 등은 각각 최근 LCD 사업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한 후 기술 사용료를 받는 것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중에 후지쯔는 오는 2005년 LCD 매출액 1000억엔(약 1조원) 중에 약 10%에 해당하는 100억엔(약 1000억원)을 특허 사용료로 거둬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일본 업체들은 지난 99년까지만 해도 전세계 LCD 시장의 61.6%를 차지했으나 지난해 그 비율이 33.6%까지 격감해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최근 LCD 산업의 경쟁력이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한국과 대만 업체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LCD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어 일본 업계에는 곧 전세계 LCD 시장에서 2류 국가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따라서 일본 LCD 업체들은 한국과 대만 등 경쟁 업체들이 자사 특허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단속하면서 동시에 특허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기술료 수입을 챙기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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