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업체들이 제3세계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일본과 중국시장 개척에 주력하던 국내 정보보호업체들은 동남아·남미·중동 등 이른바 제3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수출활로를 찾고 있다.
이러한 보안업체의 제3세계 진출은 일본이나 중국 등 이른바 전략시장으로 꼽히는 국가에서도 토종업체들간 경쟁이 과열돼 별다른 수익을 얻기 힘들다고 판단, 비교적 경쟁이 덜한 신규시장 개척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일본시장의 경우 마케팅 비용이 적잖게 들고 중국시장은 공안부 인증을 받더라도 가시적인 성과가 늦어지는 특성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보안업체들은 단기간에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제3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우리(대표 권석철)는 최근 남미에 이어 아랍권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남미시장 공략을 위해 이미 백신제품의 포르투갈어 개발을 끝냈으며 아랍어 버전도 준비 중이다. 이 회사가 아랍권의 교두보로 삼는 국가는 북아프리카 국가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IT가 발전한 튀니지로, 이를 중심으로 중동지역까지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안철수연구소(대표 안철수)는 주로 제3세계 국가들의 교포시장에서 가능성을 찾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브라질의 현지 교포가 운영하는 업체와 협력 계약을 맺고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성과 추이에 따라 인근 국가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퓨쳐시스템(대표 김광태)은 세계 유력 보안업체인 소닉월과 워치가드의 싱가포르 협력사인 퍼시픽테크놀로지와 채널 계약을 체결했다. 퓨쳐시스템은 퍼시픽테크놀로지를 통해 침입탐지시스템(IDS)과 가상사설망(VPN)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양사는 이미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전시회에 공동으로 부스를 열고 참가하기도 했다.
공개키기반구조(PKI) 전문업체인 비씨큐어(대표 박성준)는 말레이시아 공인인증기관인 디지서트와 인터넷 뱅킹용 PKI 모듈 공급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인터넷 뱅킹 도입 초기인 다른 동남아 국가 진출에도 유리한 입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3차까지 진행된다.
국내 보안업체 한 관계자는 “제3세계는 아직 IT시장이 초기 형성단계이기 때문에 현지 유통업체에 따라 투자 대비 높은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전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며 “독자 진출보다는 현지 업체와 합작법인을 세우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사업 철수라는 장기 시나리오를 갖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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