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엔터프라이즈부 차장
소프트웨어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인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 개정된다. 정보통신부가 지난달 19일 입법예고한 개정안을 살펴보면 크게 3가지 내용이 와닿는다.
우선 프로그램 양도에 개작권리도 포함시킨 조항(11조의 2항)은 소프트웨어의 특성을 감안한 내용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둘째, 온라인 중심의 SW저작권 보호제도를 확립하기 위한 노력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개정안 34조 3, 4, 5항에 걸친 내용으로 온라인을 통한 불법SW 유통에 대해 서비스사업자에 책임을 물어 온라인 불법유통을 원천봉쇄하는 동시에 서비스사업자의 책임한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온라인 SW유통의 활성화도 꾀하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같은 내용은 정통부가 이번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옥상옥의 규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예컨대 SW 불법유통에 대한 저작권 보호는 민법,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더욱이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저작권법 개정안은 물론 지난 7월 1일 발효된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발견된다. 다른 법률 조항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별도의 규제 조항까지 두는 것은 부처 이기주의적 발상이거나 특정단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원론적으로 저작권법은 일반 저작물,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은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프로그램보호법은 컴퓨터 SW 부문에만 적용된다는 대응 논리를 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온라인에서 디지털 저작물, 디지털 콘텐츠, 컴퓨터용 SW 등이 명확하게 구분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원론적인 접근이 재고돼야 하는 대목이다. 굳이 법의 영역 때문이라면 적용대상을 ‘생산재 소프트웨어’로 한정하는 편이 훨씬 현실성 있어 보인다.
셋째로 저작권 관련 분쟁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새로 도입한 ‘알선제도’를 둘러싼 논란이다. 다른 소프트웨어저작권단체에서는 “분쟁에 대해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가 합의를 알선하겠다는 것은 기존 SW저작권단체들의 할 일을 빼앗아가는 것”이라는 반발과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변 분위기와 달리 정보통신부와 관련 기관인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는 7일 공청회를 거쳐 9월 국회 상정, 내년 7월 1일 시행에 이르는 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정통부와 심의조정위원회가 7일 개최할 예정인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의견수렴이 아닌 일방적인 행사로 끝내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말 그대로 그들만의 잔치로 이번 공청회가 끝나 개정안을 밀어붙인다면 업계나 관련 단체로부터 더욱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법을 개정하는 것이 법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불이익을 당하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한다면 법으로 인해 당장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계나 관련 단체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이번 법 개정이 최선은 아니라도 차선이 될 수 있도록 정통부의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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