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일어나라, 리눅스

◆양승욱 엔터프라이즈부 부장

 

 IT산업의 한켠에 웅크리고 있는 리눅스가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정부나 기관, 관련기업들이 유례없이 똘똘뭉쳐 리눅스를 IT산업의 중심으로 끌어오려고 애를 쓰지만 힘에 겨운 모습이 역력하다. 오히려 이제는 리눅스산업이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자괴감이 리눅스산업 전반에 무겁게 드리우고 있다.

 리눅스산업은 지난 90년대 말 닷컴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우후죽순처럼 설립된 인터넷 기업들이 가격은 저렴하고 확장성이 뛰어난 리눅스 시스템을 잇따라 도입하면서 ‘리눅스’ 간판을 내건 전문업체들의 설립이 러시를 이뤘다.

 그러나 닷컴거품이 사그라들고 IT경기가 침체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리눅스 업계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올들어 인원을 50% 이상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은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의욕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던 국산 배포판 제품 중 현재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제품은 전무하다. 리눅스가 호황을 맞을 무렵 너도나도 시작했던 업체들의 리눅스교육센터도 올 상반기 들어 대부분 사업을 접었다.

 리눅스산업의 이같은 모습에 대해 업계에서는 서버산업, 소프트웨어산업 등 전반적인 IT산업의 부진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확장, 출혈경쟁, 적절한 수익모델 창출 실패 등 내부적인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부인키는 어렵다.

 리눅스기업들은 사업 초기 주요 투자자들로부터 수십억원의 자금을 유치해 배포판 사업부터 하드웨어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또 이른바 ‘벤처기업’이라는 명패에 어울리지 않게 100여명에 가까운 인력을 채용하는 등 외형 불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애초부터 ‘커널이 공개된 리눅스OS는 공짜’라는 인식을 깰 만한 수익모델을 발굴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단순히 배포판 사업이나 서버조립에만 안주해 리눅스 기반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발빠르게 착수하지 못한 것이 오늘의 실패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자.

 리눅스는 MS주도의 IT산업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리눅스 기반의 시스템은 윈도시스템보다 총 소유비용(TCO) 측면에서 30% 정도 저렴하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정부차원에서 리눅스지원을 확대해 가고 있는 것도 정책적인 고려와 함께 경비절감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정부가 앞장서 공개소프트웨어진흥법을 마련하고 지원센터 설립추진 등 리눅스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리눅스의 앞날이 순탄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리눅스에 대한 사용자들의 마인드와 응용애플리케이션의 부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을 직접 넘어야하는 것은 정부도 사용자도 아닌 바로 리눅스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이다. 리눅스업계 스스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수립,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리눅스기반 인증 솔루션으로 새로운 틈새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리눅스코리아, PDA·신클라이언트 사업 부문 등에서 특화된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한 미지리서치, 데스크톱 OS와 사무용 오피스 프로그램으로 국내보다 일본·튀니지 등 해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한컴리눅스 등의 사례는 리눅스산업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리눅스는 개방성으로 인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을 한단계 도약시키고 이제 막 씨앗을 뿌리기 시작한 국내 서버산업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치다. 리눅스가 갖고 있는 공개성이나 저렴한 가격 외에 정부나 IT기업 모두가 리눅스에 기대를 걸고 있는 또다른 이유들이다.

 리눅스업계가 닷컴기업의 전철을 밟지 않고 제2의 도약을 실현하기를 기대해 본다. 

 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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