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통신업계 월드컴 폭풍>(1)공멸하는가

미국 통신업계가 또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공룡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월드컴의 파산보호 신청 여파다. 산소 마스크를 쓰게 된 월드컴의 생존 여부도 불투명하다. 한 시장조사기관은 60%의 가능성을 점쳤다. 월드컴 스캔들은 월드컴을 비롯한 미국 통신업계 전체의 본격적인 ‘생존게임의 서막’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극도의 피로감을 보이고 있는 미국 통신업계가 연쇄 도산을 일으킬 가능성까지 제기되기도 한다. 미국 통신업계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실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살펴본다. 편집자

 지난해부터 전세계적인 정보기술(IT)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고전했던 미국 통신업계. 최근 이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은 것은 파산보호 신청과 인수합병(M&A)이 불가피하다는 논의가 불길 번지듯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신 컨설팅 회사 프리커서그룹의 CEO 스콧 틀리랜드는 “미국 통신업계가 지난 97년 이후 투자한 돈은 무려 8800억달러(1020조8000억원)에 달하는데 이들 중 약 절반이 악성 부채로 쌓이고 있다“며 “미국 8대 통신 서비스 회사들의 누적 부채만도 1910억달러(221조5600억원)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그 여파로 2000년 이후 미국에서 파산을 신청한 통신업체 수만도 63개에 달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 통신 업체들을 짓누르는 더욱 큰 고민거리는 수익성 악화다. 최근 미국 통신업계가 과잉투자에 따른 통신 회선 공급 과잉을 낳고 있고 이는 다시 통신 요금 폭락으로 이어져 통신업계 전체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

 실제로 지난 98년 2월 이후 대서양을 횡단하는 통신 용량이 약 19배 증가했고 이에 따라 한때 12만5000달러(약 1억4500만원)를 호가하던 통신회선 임대료가 최근 1만달러 이하로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 월드컴의 파산보호 신청도 복잡한 먹이사슬로 엮여 있는 통신 관련 업계의 속성상 또 다른 연쇄 도산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지 통신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USA투데이는 이번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월드컴은 긴급 자금지원을 받아 일시적으로 파산을 면할 수 있겠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다른 통신 업체들에 전가되어 통신업계가 더욱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월드컴의 파산 신청에도 불구하고 약 2000만명에 이르는 장거리 전화 서비스 MCI 고객들은 당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오히려 장거리 전화 가입 고객들은 ‘요금 인하’란 혜택을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통신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그 동안 요금을 둘러싼 출혈 경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AT&T, 스프린트 등 장거리 회사들은 앞으로 월드컴이 기사회생하면 또 다른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역전화 업체들도 월드컴으로부터 전화망을 사용하는 데 따른 사용료를 받지 못하는 등 큰 피해가 예상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버라이존과 SBC는 각각 월드컴으로부터 받아야 할 수수료가 약 2억달러에 달한다. 이 금액 중 상당 부분은 회수 불능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등 통신 장비 업체들은 더 심각하다. 그 동안 판매자 금융(벤더 파이낸싱) 등의 명목으로 신용 판매한 것이 월드컴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자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월드컴의 파산보호 신청을 계기로 최근 극도의 피로증세를 보였던 미국 통신업계에 ‘파산 도미노’ 현상을 불러 올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신문은 경고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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