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벤처가 살아나야…

 ◆박주용 디지털경제부장 jypark@etnews.co.kr

 

 ‘미국 경기는 회복한다.’ 미국 대통령 부시와 연방준비위원회 그린스펀이 최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리다.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의 회복은 곧 우리 경제의 회복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이 두 사람의 목소리도 약발(?)이 다 떨어진 모양이다. 미국 경제지표인 증시조차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주말에는 폭락장세를 연출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목소리는 국내에서도 무성하다.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내년 상반기 또는 하반기를 회복 시점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문제는 이제 이들의 주장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너무나 많은 전망이 빗나간 때문인데 많은 경제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양치기 소년의 외침처럼 무시되곤 한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신경제의 주축으로 각광을 받던 벤처기업의 모양이 말이 아니다. 테헤란밸리와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의 기술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게 아닌데도 그들은 알려진 것보다 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식시장 등록 기업들의 가치가 폭락과 인력 이탈, 엄청난 자금 압박 등이 이들에게 남겨진 것들이다. 특히 자금압박은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엔론과 월드컴으로 이어지고 있는 분식회계가 미국 경제의 짐이라면 우리 경제의 짐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벤처비리다. 경제가 벤처 비리에 대한 내성이 생길 법도한데 아직도 벤처비리는 경제, 특히 벤처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큰 것은 벤처업계의 생명선인 돈 줄을 쥐고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수치상 우리 경제는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각종 경제지수들이 상승 일변도로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이기는 하지만 상반기에 사상최대의 이익을 실현한 대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반기에는 중소기업들의 실적도 나아질 것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이미 국가 경제가 바닥을 찍고 회복기조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비록 지금은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지만 벤처기업이 경제의 희망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이들 스스로가 기업활동을 활성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시중에 돈이 말라서 벤처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많은 벤처캐피털은 적지 않은 투자자금을 조성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지난 상반기에 집행한 투자실적은 보잘 것 없다. 벤처캐피털들이 조성된 자금조차 투자하는 데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벤처비리 여파로 벤처기업들의 기업공개 조건을 강화된 탓이다. 자금회수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다.

 벤처비리는 소수가 만들어내는 범죄행위다. 기업 공개를 아무리 어렵게 한다고 해도 이같은 비리를 근원적으로 뿌리 뽑을 수 있는 방안이 되지는 않는다. 이로 인해 벤처기업의 가장 확실한 자금 확보방안인 기업 공개가 불확실해지고 벤처투자-코스닥등록-자금회수라는 흐름이 깨어진 채 회복되지 않는다면 경기가 살아난다 해도 벤처캐피털의 투자는 기대할 수 없다.

 벤처산업이 모험산업으로 불리는 것은 가능성 속에 내제된 불확실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가능성과 확실성을 가진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이 땅에서 벤처라는 용어도 사라져야 한다.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드는 것은 시점이 문제일 뿐이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담보하는 벤처기업들이 자금 부담을 덜어내고 역동적인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이제 기업공개 요건 강화에서 시작돼 투자위축-자금압박-기업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