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해킹의 모든것을 밝힌다"

 한때 해킹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케빈 미트닉(38)이 컴퓨터를 만지지 말라는 미 법원의 보호관찰 명령에 따라 컴퓨터 대신 책을 집필, 자신의 해킹 수법을 간접적으로 밝힌 저서가 곧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사기술’이라는 제목의 이 책 견본판에서 해커들이 컴퓨터 네트워크 관리자를 속여 패스워드, 암화화 키 등 보안 세부내용을 밝히도록 만드는 10여가지 이상의 시나리오를 묘사하고 있다. 그는 물론 이 모든 시나리오가 픽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책에 나오는 해커나 해킹 피해 기업명 등을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오크스에 사는 그는 “이 책은 케빈 미트닉, 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모토로라, 노벨, 노키아, 선마이크로시스템스, USC의 소프트웨어를 훔치고 데이터를 바꿔놓은 죄로 미 연방교도소에서 5년 동안 복역했었다. 그는 지난 2000년 1월 가석방됐고 아직 3년간의 보호관찰 상태다. 그는 “이 책은 내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다른 해커들이 사용한 기법과 동일한 기법으로 묘사한 픽션”이라며 “컴퓨터 보안 전문가들이 나 같은 해커의 침범을 막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자신의 해킹 기법이 부정직한 해커들에 의해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받아들였다. 그는 “이 책에 밝힌 정보가 선용될 수도 있고 악용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소재 카운터페인 인터넷 시큐러티사의 브루스 슈나이어는 “올 10월 발간될 이 책의 내용이 상당히 다듬어졌기 때문에 악의적인 해커가 관심을 보일 공산이 적다”고 평가했다. 그는 “악의를 품은 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며 “하지만 선의의 보안 전문가들이라면 해킹 범죄자들이 하는 일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트닉은 3년 동안 미 연방수사국(FBI) 수배 선상에 오르는 바람에 유명해졌다. 그의 도피 행각은 결국 지난 95년 FBI 요원들이 학계 최고의 보안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아 노스캐롤라이나 롤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그를 검거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안경을 쓴 해킹 범법자 미트닉은 수배중에도 컴퓨터 네트워크 해킹을 계속했다. 그는 해커들 사이에서 하나의 우상과 같은 존재로 떠올랐고 연방 판사는 그를 교활한 중범죄자로 규정해 5년형을 선고했다. 마리아나 파일저 미 연방지법 판사는 2000년 6월 그에 대한 공판 기간 중 “이 피고에 대한 심리가 몹시 힘들었다”고 토로했었다. 미트닉은 자신의 해킹 전성시절 당시 패스트푸드에 집착하는 과체중과 여드름투성이의 청년이었다. 그는 그 뒤 자신의 이미지를 대변신시켰다.

 그는 체중을 크게 줄였고 멋진 헤어스타일을 뽐내며 TV에도 출연하고 법정이나 심지어 의회에 나가 전문가로서 증언하기도 했다. 미트닉은 출소 이후 자신의 부정한 기술에 대해 잡지 기고나 강연 그리고 최근에는 로스앤젤레스의 한 AM 라디오 토크쇼에 출연해 받은 출연료 등으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그는 다시는 해킹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해킹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게 성장했을 뿐 감옥은 나의 갱생과 전혀 관계가 없었다. 이제 내 나이 38세인데 38세 해커는 완전히 물건너 간 해커”라고 그는 말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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