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7월 4일, 인텔 엔지니어들은 독립기념일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샌타클래라 연구소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바로 자사의 새로운 서버용 칩인 ‘아이테니엄’의 개발 작업이 막바지 단계였기 때문이다. 연구소 밖인 저멀리 그레이트 아메리카 테마 공원에서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한창이지만 이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였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대 칩메이커인 인텔은 새로운 아이테니엄 프로세서(칩)를 이번주 시장에 내놓는다. 사실 아이테니엄 프로세서1(코드명 머시드)은 기업 고객의 호응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의 후속인 아이테니엄2는 서버시장에 ‘빅뱅’을 불러올 것이라고 인텔은 굳게 믿고 있다.
코드명이 매킨리인 아이테니엄2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에 사용되는 100만달러 이상인 고가·대형 서버 시장을 겨냥한 것인데 이 시장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IBM이 주도하고 있다. 실제 IDC 자료에 따르면 2001년 5월에 나온 아이테니엄1은 고성능(하이엔드) 서버 시장에서 10% 정도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인텔의 386칩 개발을 이끌었으며 아이테니엄 개발 프로젝트를 처음 제시한 사람 중 하나인 인텔의 베테랑 존 크로포드는 “고성능 서버 부문이 우리의 약점이다. 하지만 매킨리를 가지고 이를 만회하길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
크로포드는 휴렛패커드(HP)의 저명한 엔지니어인 제리 헉과 공동으로 아이테니엄 칩을 개발, 명성을 얻었다. 이들은 “매킨리가 이전 아이테니엄 프로세서의 단점을 보충함에 따라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으려는 기업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지난 3개월간 주가가 41%나 하락, 투자자 등 비판자들의 비난에 시달려온 인텔에 있어 아이테니엄2의 성공은 제2의 창업에 비견될 만큼 중요하다. 이는 인텔이 매출의 80% 이상을 PC용 프로세서에서 올리고 있는 현실을 봐도 그렇다. PC시장은 현재 성숙기에 접어들어 수요가 정체 상태에 있다. 이에 따라 인텔은 서버분야로 사업 무게중심을 옮기는 중인데 애널리스트들은 서버 칩의 마진이 PC용인 펜티엄 칩보다 50%나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텔은 아이테니엄 개발에 지난 일년간 최소 5억달러 이상의 거금을 투입하기도 했다. 아이테니엄2에 사운을 건 곳은 인텔뿐만이 아니다. 이 칩의 공동개발자인 HP도 마찬가지다. 컴팩컴퓨터와의 합병으로 세계 최대 PC업체에 오른 HP는 아이테니엄 지원을 위해 자체 개발한 프로세서까지 포기해 가며 아이테니엄의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HP 역시 올들어 주가가 매출 부진 등의 영향으로 26%나 추락해 아이테니엄2의 성공에 목을 매고 있다. 아이테니엄2는 많은 부문들이 처음부터 재디자인 됐으며 또 많은 부분들이 이전 아이테니엄보다 기능이 향상됐다.
그 결과, 인텔에 따르면 새 칩은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아이테니엄1보다 두배나 빠른 속도로 구동할 수 있다.
즉, 아이테니엄2는 초당 720건의 트랜잭션(거래)을 보이고 있는데 아이테니엄1은 344건이었다. 이는 선 울트라스파크Ⅲ 칩의 초당 69건보다 훨씬 우수한 것이라고 인텔은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례를 비추어봐도 아이테니엄2가 인텔의 뜻대로 탄탄대로를 걸을지는 미지수다. 크로포드가 32비트 칩인 인텔의 386칩을 개발, 지난 1985년 10월 처음 선보였을 때도 인텔은 이 칩이 서버 시장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당시 신생업체인 컴팩컴퓨너가 데스크톱PC에 386 칩을 장착, 수백만대를 판매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크로포드는 인텔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5년간 일하다가 이후 하드웨어로 이전, 386·486과 펜티엄 칩 개발을 주도했는데 크로포드가 386개발을 시작할 때만해도 애널리스트와 엔지니어들은 실패할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었다. 크로포드와 헉은 인텔과 HP가 협력을 맺기로 한 1994년 6월 이후 아이테니엄 칩 개발에 관한 청사진을 마련한 사람들이다. 한편 크로포드는 아이테니엄2의 후속으로 내년에 나올 예정인 매디슨 개발에 힘을 낼 예정이고 헉은 HP의 RISC 프로세서와 아이테니엄에서 돌아가는 칩세트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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