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유럽-프랑스텔레콤 再국유화 `수면 위` 통신·증권업계 시끄럽다

 프랑스텔레콤의 재국유화 가능성을 놓고 프랑스 통신업계와 증권업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통신업계 전반에 파란을 몰고 올 일대사건이 벌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1일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랑스 정부가 부채에 허덕이는 프랑스텔레콤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이 회사를 다시 국유화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프랑스 재무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런 보도가 나가자 프랑스텔레콤의 주가는 당일 한때 27%까지 급등했고 이로 인해 프랑스 증권당국이 이 회사의 주식거래를 일시 정지시켜야만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프랑스텔레콤의 재국유화 가능성에 대해 증권업계가 이처럼 열띤 반응을 보인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프랑스텔레콤의 부채가 약 610억유로로 유럽 통신업체 가운데 최대인 데다 미셀 봉 CEO로 대표되는 이 회사 최고경영진의 평판 또한 바닥을 맴돌고 있다는 점에서 재국유화 말고는 뾰족한 다른 정상화 방안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 금융시장에서는 현재 ‘Baa3’ 수준인 프랑스텔레콤의 신용등급이 곧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며, 올해 말 이 회사의 부채 또한 700억유로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이런 열광적인 증권업계의 반응에 곧바로 찬물을 끼얹었다. 이 회사의 주가가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는 와중에 프랑스 재무부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날 오전의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는 자신이 실수로 한 말이 와전된 것이며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텔레콤의 재국유화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처럼 하루만에 프랑스 정부의 입장이 번복되자 유럽 금융계에서는 그 뒷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분석가들은 프랑스 정부가 실제로는 프랑스텔레콤의 재국유화를 추진 중이면서도 표면적으로는 이를 위한 주식 매입가격 조절을 위해 일단 그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드레스드너투자은행(Dresdner Kleinwort Wasserstein)은 자체 평가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재국유화는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이며 문제는 재국유화가 이뤄지는 시점에서의 주가가 지금 보다 훨씬 낮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노무라증권의 마크 제임스 애널리스트 또한 “재국유화가 이뤄질 경우 핵심은 바로 정부의 주식매입 가격”이라고 말해 이런 견해를 뒷받침했다. 이들은 프랑스 정부가 현재 프랑스텔레콤의 주식 55.5%를 소유한 최대주주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재국유화를 원하기만 한다면 설사 EC(European Commission)라 하더라도 이를 막을만한 명분과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프랑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프랑스텔레콤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일부러 있지도 않은 재국유화설을 언론에 흘린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가 나오기 일주일 전 미셀 봉 CEO가 “프랑스텔레콤이 주식 투기꾼들의 농간에 시달리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터트린 점에 주목하고 있다.

 투기꾼들의 공격으로 이 회사의 주식이 올해 들어서만 벌써 75%나 하락, 회사경영진과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분석가는 “정부는 재국유화 계획을 부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텔레콤의 주가폭등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않았냐”며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최악의 경영상태를 맞고 있는 프랑스텔레콤의 미래가 과연 여러 사람들의 예측대로 재국유화로 최종 귀착될지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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