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업체 에릭슨코리아의 87명 직원 중 20%에 달하는 19명의 직원들은 지난달 초 갑작스레 두 달간의 ‘유급휴직(Paid Administrative Leave)’을 통보받았다.
19명의 직원들은 곧바로 회사출입증과 노트북PC, 휴대폰 등을 반납해야 했으며 회사메일 계정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다. ‘휴직’으로 이름붙여졌지만 사실상 ‘해고’를 위한 사전조치였던 셈이다.
지난 99년부터 IMT2000 장비사업에 열을 올렸지만 최근 SK텔레콤과 KT아이컴의 장비공급자 선정과정에서 잇따라 탈락, IMT2000사업을 접게 된 에릭슨코리아가 사업부진 만회를 위해 꺼낸 해결책이 대규모 감원이었던 것이다.
이미 휴직 통보에 앞서 40여명의 직원들에게 자진 사직서 제출을 종용하는 e메일을 보내 8명으로부터 사직서를 받았었기에 동고동락하던 직원의 5분의 1을 추가로 내보내려는 에릭슨의 방침은 좀처럼 수긍하기 힘들다.
물론 사업부진으로 인한 감원은 회사의 경영진이라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원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쓰기에 앞서 어떠한 노력을 벌였는지를 생각해보면 복지국가로 불리는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에릭슨에 대한 실망이 너무 크다.
IMT2000 사업 실패가 확정된 지 2주도 안돼 전달된 자진사퇴 종용 e메일과 휴직 통보, 사측의 부당한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대자보를 부착하던 노조원들을 불법이라며 직접 카메라를 들고 나와 사진촬영을 했다는 야노스 휘게디 지사장의 행태를 보면 쓴웃음을 질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현재 휴직 통보를 받은 19명을 포함한 43명의 노조원들이 사측과 단체교섭을 벌이며 상황을 되돌리려 하고 있지만 분위기가 그리 유리하지는 않은 듯하다. 회사 출입이 통제돼 회사 옥상에 모여 회의를 하다가 최근 사내에서 회의를 할 수 있게 된 것 정도가 나아진 부분이다.
이런 와중에도 그동안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노 코멘트’로 일관해오던 휘게디 지사장은 지난주 한달간의 일정으로 여름 휴가를 떠나버렸다. 단순한 휴식이 아닌 최선의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떠난 휴가임을 바랄 뿐이다.
<엔터프라이즈부·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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