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인텔 포괄적 제휴 배경과 전망

 KT와 인텔이 3일 무선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공동 마케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세계 최고의 IT기업인 인텔과 유무선통합 선두사업자인 KT가 손을 맞잡았다는 점에서 관련업계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인텔은 제이슨 첸 부사장을 직접 한국에 보내 협력관계 구축에 적극 나섰다는 점에서 정보기술 분야에서 KT와의 협력 중요성과 모바일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 더 나아가 향후 기술의 패러다임이 유선 중심에서 무선 위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배경=이번 협력은 향후 정보기술의 패러다임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펼쳐질 것이란 전제하에 두 회사의 미래비전에 대한 상호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현재 데스크톱 중심의 프로세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나 향후에는 모바일 중심의 프로세서 시장이 펼쳐질 것으로 보고 이 분야 시장을 위해 노트북·PDA용 차세대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다. 물론 이는 앞으로 무선인터넷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실제로 최근 세계 데스크톱 시장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노트북 시장은 20% 가까이 신장되는 등 상반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KT 역시 무선인터넷 시장의 확산을 위해서는 단말기의 확대보급과 보다 전향적인 마케팅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다. 따라서 두 회사는 현재의 무선랜 시장의 확산과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 이외에 칩 아키텍처·로드맵·제조사 정보 등의 공유를 통해 미래비전을 실현하겠다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장은 KT의 경우 네스팟의 확산을, 인텔의 경우 노트북 등 단말기의 확대보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KT, 무엇을 노리나=단기적으로는 네스팟사업의 조기 활성화를 들 수 있다. 유선사업의 수익저하를 고민하고 있는 KT는 현재 ADSL사업과 함께 무선인터넷사업을 중요한 캐시카우 사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상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많은 수의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따라서 인텔과의 협력을 통해 단말기를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 및 프로그램을 개발, 고객을 유인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인텔계열의 노트북·PDA 제조업체와 제휴해 노트북·PDA와 네스팟 패키지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프로모션을 생각할 수 있다. 또 다양한 콘텐츠플랫폼사업도 생각해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무선인터넷사업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OS)·인텔(프로세서·단말기) 등 윈텔진영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해 각종 다양한 무선인터넷 관련기술과 상품을 개발해내겠다는 목표다. 특히 노트북·PDA 등은 물론 이와 관련된 프로세서의 정보와 로드맵을 미리 확보해 무선인터넷사업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인텔, 왜 KT인가=KT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전국 규모의 무선랜 서비스사업을 초고속인터넷사업과 연계해 유무선을 포괄하는 종합통신사업자다. 다른 나라 무선인터넷사업의 경우 호텔·공항·카페 등 한정된 지역에서 제한된 무선랜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이 전부다. 따라서 현재로선 KT가 무선 초고속인터넷 분야에서 앞서갈 확률이 가장 높고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 인텔은 이를 자사의 모바일 분야 사업과 연계해 이 분야 프로세서 시장에서 AMD·사이릭스 등 경쟁사업자들을 따돌리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향후 전개될 무선시대에는 고성능·저전력·경량 등의 요건을 두루 갖춘 차세대 노트북·PDA 등 단말기 보급이 필수적이고 이 시장의 잠재력 또한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즉 이들 차세대 모바일기기의 성공을 위해서는 통신사업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결국 모바일칩에 승부를 걸고 있는 인텔로서는 유무선 통합사업자면서 초고속 무선인터넷 분야 선두업체인 KT와의 협력을 통해 미래비전을 실현하겠다는 의도를 내보인 셈이다.

 이와 함께 노트북·PDA·휴대폰 등을 중심으로 급성장중인 한국의 ‘모바일 컴퓨팅’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일본 등에 이어 아시아 국가에서는 가장 빠르게 무선데이터통신이 확산되고 있는 한국시장에서 KT 같은 기간통신사업자와의 협력은 차세대 모바일 컴퓨팅시장 공략에 사활을 건 인텔로서는 필수적인 관문일 수밖에 없다. 인텔은 자체 조사를 통해 지난해 370만대 규모인 국내 PC시장에서 15%가 노트북인 것으로 집계했고 모바일 컴퓨팅 환경을 필요로 하는 개인과 기업의 노트북에 대한 선호도도 점차 높아져 올해는 전체의 20%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노트북과 연계된 무선랜 시장은 내년에 14배 가량 성장해 전세계 540만명이 무선랜기술을 사용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웹서핑 이용자들을 위한 무선랜 핫스팟은 지난해 110개에서 2004년말까지 1만5000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분야 시장을 KT와의 협력을 통해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전망=두 회사는 일단 상호 협력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전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KT와 인텔의 협력은 테스트베드형 사업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두 회사는 자사가 갖고 있는 인프라와 노하우, 기술정보 공유 등을 통해 미래비전을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이 더 크다. 따라서 각종 무선인터넷 사업관련 노하우·기술과 노트북·PDA 등 단말기(칩)사업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협력(윈텔)이 갖는 의미 이상으로 KT의 협력관계가 파급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윈텔의 한 축으로 KT가 거론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협력관계가 향후 민영KT의 지분참여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 지분이 풀로 차 있기는 하지만 우회적인 참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텔은 지난해 KT의 지분참여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바 있으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참여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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