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현 논설위원
얼마 전 본지에 인재양성의 산실인 대학교의 IT 관련 커리큘럼에 문제가 많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린 일이 있었다. 그 내용은 대충 이렇다.
전자신문이 서울대·KAIST·고려대 등 주요 대학의 IT 관련 커리큘럼을 조사한 결과 IT가 종전과 크게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의 교과 내용은 10년 전에 비해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이었다. 교과 내용이 이론 위주인 것은 물론 컴퓨터실습도 대학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실습과정도 대부분 4학년에 몰려 있고 그것도 졸업논문으로 대체돼 실제로 실습이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이 같은 기사가 나가자 네티즌들이 전자신문 홈페이지에 들어와 자신의 의견을 많이 남겨놨다. 글의 내용을 보면 현재 대학교 커리큘럼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다.
현재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한 네티즌은 대학의 커리큘럼이 시대적 변화에 맞춰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주가 돼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대학에서 기초를 튼튼히 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4학년 필수과목으로 3∼6학점의 ‘현재 IT시장의 동향’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개설해 폭넓은 기술을 소개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도록 했으며 좋겠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변화나 혁신이 필요하지만 고급인력 양성이 목적이라면 대학교는 기초교육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의 교과목을 잘 가르치고 배우면 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네티즌은 기사 내용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IT 관련 교육에 문제가 적지않다는 의견이다.
한 네티즌은 “현재 대학교에서 IT 관련 교수을 채용하면서 프로그램개발 전문업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한 유능한 사람을 뽑으려고 하지만 이에 합당한 인재가 거의 없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학 교육이 이론 위주로 흐르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한 네티즌은 “대학교 실습이래 봐야 대학원 석사들의 세미나식 수업이 이뤄지거나 구형컴퓨터를 갖고 하는 형식적인 수업이 대부분”이며 “이런 대학에서 실무 위주의 인력양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대학이 변할 수 있게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네티즌은 대학교에서 고급인력을 양성하지 못하는 것은 실무 위주의 교수가 없기 때문이고 이것은 대학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정부가 나서 이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각 대학이 실무 위주로 교수를 채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젊은 세대로 여겨지는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대학 교과 과정에 대한 총론적인 부분에서 몇 가지 개선사항이 있는 게 분명하다. 시대적 상황에 맞는 커리큘럼 마련, 실무 경험이 풍부한 교수 채용, 컴퓨팅 환경 개선 등이 바로 그것이다.
대학은 IT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산실이다. 그런 대학이 제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대학이 IT업무를 능수능란하게 처리할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냐 하는 것에 대해 다른 의견을 표명하는 사람도 적지않다. 하지만 대학이 기업과 만나는 접점이란 점에서 IT 관련 기초교육뿐 아니라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실무교육에 충실해야 할 것으로 본다. 21세기 인재양성을 위해 대학의 체계적인 IT교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대학이 세계적인 수준의 일류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의 관건은 IT 전문가를 얼마나 잘 육성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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