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e비즈니스’라는 말도 아마 3년 후쯤이면 ‘e’자가 빠지고 ‘비즈니스’라는 보통명사로 바뀔 것입니다.” 닷컴이 뜨고 e비즈니스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한 지난 99년 유명 IT컨설팅 업체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e비즈니스라는 말은 당시에도 화두였고 지금도 빼 놓을 수 없는 이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진행중이라는 얘기다.
e비즈니스라는 말은 이제 굴뚝산업으로 대표되는 제조업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몇 년새 실핏줄처럼 우리나라 전체를 뒤덮어 버린 초고속망은 기업의 e비즈니스화를 가속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네트워크를 이용한 전자상거래가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체들의 IT도구 적용 움직임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 경영혁신을 꾀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나 고객 서비스 강화와 채널 마케팅 도구로 주목받는 고객관계관리(CRM), 협업 프로세스 체제를 구축해 업무효율을 꾀하려는 공급망관리(SCM) 시스템 등의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IT도구가 예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과거에는 ‘IT도구만 도입하면 e비즈니스는 끝난다’는 게 보편적인 생각이었다면 요즘 들어서는 도입 수준에 머물지 않고 이를 철저하게 유지·관리하고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시대에 대응해 나가려는 확고한 의도가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의 e비즈니스화는 중장기 전략 추진이 전제돼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움직임과는 분명 다르다. 인터넷을 이용해 신규 수익창출이 가능한 신사업 발굴 정도로 인식돼 온 e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비용절감 및 판매증대에 이어 가치사슬 전반을 재구축하는 기업활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다른 말로 ‘e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지난해와 올해 국내 대기업들이 추진중인 e비즈니스화의 최고 화두는 단연 e트랜스포메이션이다. 전자·유통·철강·건설·자동차 등 각종 업종군에 속해 있는 기업들이 IT의 이기를 이용해 e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국경을 넘어 글로벌 경쟁에 나선 대기업들은 선진경영의 프로세스를 갖추기 위해 벤치마킹에 적극 나섰다. 이를 바탕으로 경영혁신(PI)도 전개했다. 또 각종 IT 도구를 경영 전반에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도 진행하고 있다. 전통산업의 e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말로 보다 분명해진 e비즈니스화는 21세기를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외면할 수 없는 절대명제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e트랜스포메이션 작업을 효과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효과적인 e트랜스포메이션은 웹을 통한 글로벌 환경에서 내적인 문제점을 찾아내고 프로세스를 좀더 효율적으로 관리해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본연의 목적인 고객만족과 시장 확대를 달성하는데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따라서 e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우선 지엽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높은 곳에서 조망하는 글로벌한 시각이 필요하다. 나무보다는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중심의 사고와 웹 환경에서 고객 스스로 요구사항과 해결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CRM, SCM, ERP, e마켓플레이스와 여기서 나온 정보들을 통합 분석해 주는 BI(Business Intelligence) 등이 전사적 의미에서 통합돼야 한다. 또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조직내 커뮤니티 등이 새롭게 재정립돼야 한다.
e비즈니스에서는 기업간 또는 기업과 고객간 커뮤니케이션이 전자거래를 통해 상호 연계된다. 이러한 변환은 e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여기서의 e컴퍼니의 특징은 개방성(openness), 연결성(connectivity), 통합성(integration&alignment)으로 대표된다.
e컴퍼니를 위해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설정해야 한다. 새로운 비전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재구축과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디지털 융합혁명을 주도하는 것이다. 또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시장 선도기업으로 성장하는 것 그리고 장기적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가치창출을 통한 이익 배분의 실현을 목표로 해야한다.
e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기본 방향은 내외부 자원 및 연결 접점을 상호 연계하고 협업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가치중심의 네트워크화, 고객지향의 경영을 실천 가능하게 하는 고객통합화 , 상품개발 및 서비스의 복·융합화가 가장 중요한 기본방향이다.
이는 전통기업의 혁신활동이 핵심 프로세스의 개선과 솔루션 공급 등에 집중돼 있었다면 e트랜스포메이션에서는 인에이블링 프로세스나 프로세스의 관리개선에 역점을 둬야함을 의미한다. 또한 기업 문화와 전략이 연계된 통합 비즈니스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고객을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야 한다. 이같은 기본 방향을 전제한 후 가치창출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며 기업내부에서도 e조직화, e인프라스트럭처 등에 대한 세부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같은 기본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을 때 비로소 e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체에 비용절감과 수익 증대라는 결실을 가져다 준다. 실제로 오라클은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e트랜스포메이션을 수행해 연간 10억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비용을 절감했다. 결실을 얻기까지 오라클은 글로벌 IT 도구를 통합하고 CRM과 그 속에 들어있는 이상을 구체화시켜 고객 기반의 영업 활동에 초점을 맞췄고 관리적인 작업은 셀프 서비스 웹 환경으로 대체했다.
e트랜스포메이션의 효과는 매출 증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 전반의 효율화에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통합된 정보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e트랜스포메이션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성공적인 e트랜스포메이션이 되려면 기업내의 부서별로 진행하는 e트랜스포메이션 작업이 통합돼야 한다.<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기고-e트랜스포메이션, 산업경쟁력의 키워드-산업자원부 김칠두 차관보
90년대 후반부터 IT의 급속한 발달에 따라 디지털혁명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의 패러다임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결합으로 그 중심이 옮겨 가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하에서 e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활동의 전과정을 새롭게 구성하면서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앤드루 그로브 인텔 회장은 e비즈니스의 이러한 특성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과 동일시한 바 있으며 니컬러스 네그로폰데 MIT대 교수는 강도 10.5지진에 비유하기도 했다.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e트랜스포메이션을 간단히 정의하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하여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새롭게 혁신함으로써 생산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e트랜스포메이션은 새로운 부가가치의 창출과 원가절감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대폭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한 국가의 성쇠와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초고속망, 모바일통신, 인터넷 이용 등 우리나라의 디지털인프라는 상당히 선진화돼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IT인프라의 선진화에도 불구하고 이의 활용을 통한 경쟁력 향상과 산업현장에서의 생산성 제고는 아직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경제가 디지털혁명이 제공하는 새로운 시장 접근과 가치창출의 기회를 극대화하고 선진경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e비즈니스화, 즉 e트랜스포메이션이 적극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요컨대 기업경영의 혁신, 산업구조의 개혁 및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서는 디지털경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e트랜스포메이션을 적극 도입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우리기업이 이러한 e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핵심역량을 고려하면서 전체 가치사슬내에서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적극 개발하고 이를 구현할 적절한 e비즈니스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업무프로세스와 조직문화를 e비즈니스 방식으로 새롭게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조직의 문화와 행태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e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공적 추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e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협업문화의 확산과 거래관행의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도 e비즈니스 추진상의 장애요인을 극복하고 2005년까지 전자상거래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해 여러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전자문서, 전자서명, 전자결제 등 전자거래의 기본요소를 효율적으로 규율할 수 있도록 40여개로 분산되어 있는 관련 법률을 재정비해 법률체계의 통일성을 확보할 예정이며 투명한 사회의 구현과 e비즈니스의 조속한 확산을 위해 e비즈니스에 대한 획기적 세제지원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e비즈니스를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업종별 B2B 네트워크 구축과 중소기업의 e비즈니스화를 지원하는 등 e비즈니스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하여 21세기 산업경쟁력의 키워드인 e트랜스포메이션이 우리 경제 전반에 활성화되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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