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레드 이코노미

◆백기웅 KTB네트워크 사장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월드컵 열기가 살아나지 않는 데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언제 그랬냐는듯 우리는 역대 어느 대회보다도 훌륭히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전 세계인이 즐기는 한달 동안의 축제가 이제는 마무리에 접어들고 있지만 열기는 오히려 고조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한민족의 하나된 힘을 느꼈으며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월드컵 기간에 붉은 악마의 레드(red)와 경제(economy)를 결합한 ‘레드 이코노미’라는 말이 새롭게 등장했다. 한국 축구팀 선전과 질서정연한 대규모 응원, 이를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각 등이 복합돼 생겨난 이 신조어에 대해 한 경제연구소에서는 레드가 ‘끈기있고(resilient)’ ‘열성적이며(enthusiastic)’ ‘역동적인(dynamic)’ 한국인의 국민성과도 일맥 상통한다고 풀이했다.

 또 휴먼웨어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보다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는 지식경제시대에서 이 같은 한국인의 특성은 경제도약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월드컵을 계기로 정부가 내건 표어 ‘다이내믹 코리아’와 맞아 떨어진다.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과 붉은 악마의 열정적인 응원에서도 나타났듯이 한국인은 어려울 때 더욱 협동심을 발휘하는 민족성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프랑스는 월드컵을 계기로 국가 이미지를 ‘산업 프랑스, 기술 프랑스’로 발전시켜 외국인 투자가 크게 늘었고 경제도 지난 98년 3.2%, 99년 2.7%, 2000년 3.3%의 지속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반면 멕시코와 아르헨티나는 과소비와 정치적 불안정이 월드컵 투자와 겹쳐 경제가 월드컵 이후 오히려 뒷걸음질 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보여준 IT 국가 이미지, 수십 수백만명이 질서정연하게 길거리에서 응원에 나선 힘들은 ‘레드 이코노미’의 중심이고 월드컵 이후 재도약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국민적 열정을 신기술·신상품 개발과 새시장 개척에 쏟아 축구처럼 최선을 다해 나간다면 일류 강대국이 되지 못하리란 법이 없고 세계를 놀라게 하는 국가경제를 이루는 일이 결코 불가능 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느 대회보다도 이번 대회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대회다. 그만큼 세계 축구가 평준화가 되고 있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스포츠에서는 다음에 이기면 되지만 기업간 경쟁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곤 한다. 계속해서 긴장의 끈을 놓지않고 있어야만 일류기업의 위치에 서 있을 수 있고 신생 기업들은 세계를 놀라게 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IT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업체들의 국제신인도가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미국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IT 100개 기업 중 국내 기업이 1위를 비롯해 10위 내에 3개 업체가 포진하고 있고 IT 벤처기업 25개사가 아시아 정보통신전에 참가해 월드컵을 계기로 부각된 IT강국의 이미지를 수출로 연결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제는 월드컵 이후를 생각할 때다. 월드컵으로 단결된 힘을 가지고서 재도약하는 시기다.

 벤처기업인들은 자신의 기술로 스스로 시장을 개척하며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누구보다도 끈기있고 열성적이며 역동적인 ‘레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월드컵을 통해서 가장 크게 거둔 수확이 있다면 우리에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단결력과 열정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장’이었다는 것이다. 레드 이코노미가 제대로 결실을 보려면 바로 지금이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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