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즐거운 상상

 ◆신승일 21세기정보통신 사장 (david@21telecom.co.kr)

 지금으로부터 약 120년 전 미국에서 발행됐던 ‘Punch’라는 잡지의 만평은 ‘한 부부가 거실의 벽난로 위 대형 비디오 창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 사는 아들과 원격 영상대화를 나누는 그림’을 싣는 것으로 미래를 내다봤다. 그 예측은 결국 한 세기 만에 현실화됐다. 요즘처럼 정보기술(IT)이 급격하게 발전하면 10∼20년 후의 내 생활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우선은 아침·저녁으로 반복되는 출퇴근 등 물리적 공간 이동이 현저히 줄어드는 대신 네트워크와 인터넷 서버로 구축된 ‘디지털 도시’에서의 생활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다.

 그때의 어느 하루, 나는 비가 오기 때문에 새벽 조깅을 취소하고 시뮬레이션 룸의 ‘텔레 스포츠 시스템’을 활용해 고등학교 동창과 스쿼시 한 게임을 즐긴 후 아침 식사를 하면서 집안 곳곳에 설치된 유비쿼터스 컴퓨팅 화면을 통해 뉴스 신디케이터에서 실시간으로 뿌려주는 세계 주요 지역의 뉴스와 IT업계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식사를 마친 후 정원에 마련된 ‘디지털 룸’으로 출근,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우선 홍채·지문 등을 인식하는 회사 인트라넷의 엄중한 보안 절차를 통과함으로써 출근을 알린 후 오전 동안엔 주로 영상회의 시스템을 통한 경영회의, 영업본부의 @프로젝트 전략 논의, 뉴욕 지사의 신규 투자에 대한 회사 방침 등을 논의·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멀티 디스플레이 창을 활용해 관련 정보를 그 즉시 웹 서버 곳곳에서 파악함으로써 논의의 정확성을 기한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점심을 먹은 후 집 옆 공원을 산책하던 중 오전의 정보들을 종합, 공원의 분수대 앞에서 PTA(Personal Telecom Agency)를 이용해 주식을 팔고, 사이버 예술의전당에 들러 어제의 오페라 공연 하이라이트를 잠깐 감상한다. 다시 시뮬레이션 룸으로 돌아와 이번주 경마 경기 출전마들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베팅을 결정한 후 동료들과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회사 그룹웨어를 로그아웃하고 거실로 돌아와 가족과 어제 파리에서 개봉된 영화를 관람한다. 일하고 있는 것인지 놀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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