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벤처센터의 한 회의실에서는 보기에도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가 주관하는 ‘정보통신벤처창업 경진대회’ 부대행사로 열린 이날 벤처창업 특강에는 100석 규모의 회의실에 20여명이 드문드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열변을 토하는 특강 진행자와 썰렁한 분위기의 청중석이 묘한 대조를 보였다.
이 행사에 앞서 지난달 23일부터 4일간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디지털문화산업박람회도 지난해에 비해 참여업체는 많았지만 관람객은 오히려 5000명 가량 감소했다.
사업설명회를 준비한 협회 한 관계자는 “지방을 순회하는 사업설명회가 점점 호응을 잃어가는 것 같다”며 “충분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모이지 않으니 내년부터는 순회 설명회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인들의 참여 부진은 IT벤처에 대한 지방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물론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방의 인식부족만을 탓하기에는 어딘가 개운치 않다.
벤처 열기가 한창일 때는 지방에서도 각종 사업설명회나 벤처창업 관련 세미나, 특강이 열리는 장소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분위기는 점차 시들해가고 있다.
대구지역의 한 IT 벤처 CEO는 “행사가 너무 많다보니 영양가가 없다고 판단되는 행사에는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벤처창업이니, 벤처지원제도니 하는 뻔한 얘기를 반복하는 행사에 식상해 있다는 말이다.
무조건 지역 기업인들의 인식부족을 탓하기에 앞서 지역 IT벤처기업 및 벤처창업 희망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행사가 필요하다.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만한 내실있는 행사가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알맹이 없는 행사에 속아온(?) 사람들에게 유사한 행사를 마련해 놓고 참석해 달라고 기대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이슈가 있는 행사에는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옵니다. 그렇고 그런 비슷한 행사보다는 뭔가 독특한 아이템으로 사람들을 유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대학 교수가 지적한 이 말을 지역 벤처관련 단체들은 가슴깊이 새겨 들었으면 한다.
<대구=산업기술부·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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