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KT민영화와 후폭풍

 ◆윤원창 IT담당 부국장

 

 결국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엊그제 교환사채(EB) 청약까지 끝난 KT 정부지분 매각에서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부터 우려했던 특정기업의 통신시장에 대한 강한 입김 작용 가능성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가 꿈꿔왔던 삼성·LG·SK 등 3자에 의한 ‘황금분활’ 구도는 말그대로 꿈에 그치고 말았다. 오히려 이동통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유선시장의 강자인 KT의 최대주주로 등극해 KT경영권까지 위협할 정도다. 자칫 잘못하면 SK텔레콤이 국내 유무선 통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공룡으로 부상할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여러가지 말들이 많다. 시장 논리만 믿었던 정부의 안이한 판단과 짧은 생각이 빚어낸 결과라는 지적에다 KT와 SK텔레콤의 사전밀약이 있었지 않았느냐 하는 추측, ‘기업사냥꾼’ SK가 말바꾸기와 연막전술로 경쟁기업을 따돌리는 비신사적인 행위에 당했다라는 비난 등 가지각색이다. 이번에 정부가 KT 민영화를 전제로 내세운 것은 시장원리에 따른 ‘성공적인 지분매각’과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두 마리 토끼였다. 때문에 오랜 준비와 치밀한 검토 끝에 나온 고도의 전략으로 최대주주로 등극한 SK텔레콤을 무조건 비난만 할 수는 없다. 또 공기업 민영화가 목표이면서도 정부가 ‘황금분할’을 기대했던 것도 무리일 수 있다.

 걱정되는 것은 전문경영인체제인 포스코를 모델로 삼으려 했던 정부의 당초 의도가 SK텔레콤의 대주주 등극으로 희석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물론 SK텔레콤은 경영권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고 경쟁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느 면에서는 일리가 있는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SK텔레콤의 행보나 시장논리에서 보면 믿을 수가 없다. 게다가 SK가 한국이동통신 등 과거 공기업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워온 과정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KT경영권을 인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하나는 민영화 이후 KT와 SK텔레콤이 소유구조에 얽매여 공조체제에 나설 경우 정부가 내세우는 통신 경쟁체제 구축이 물거품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양사의 지분소유가 대기업 계열사 상호지분출자와 비슷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KT 대주주인 SK텔레콤이 직접적인 경영권을 갖지 않더라도 KT가 보유하고 있는 유선통신과 연계사업을 펼칠 경우 다른 경쟁업체보다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된다. 후발 통신업체들이 이번 SK텔레콤의 KT 대주주 등극에 비난을 쏟아내면서도 긴장하고 견제에 나서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앞으로 숙제는 민간주도의 무한경쟁 환경을 형성해 통신사업자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KT 민영화의 당초 목적을 달성하는 일이다. SK텔레콤이 KT 대주주 등극으로 우려되는 우월적 지위는 공정거래법 등의 보완으로 견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실질적인 민영화는 정부와 연결고리를 완전 끊는 것이다. 이는 어쩔 수 없었던 ‘비효율 경영’을 없애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KT가 가진 자원의 공익성도 잊을 수 있다. 때문에 민영 KT에 대한 가입자망 개방요구, 보편적 역무를 통한 공공성 확보 등의 현안은 정부가 공정경쟁이라는 틀에서 풀어가야 한다. 이것이 이번 KT 민영화의 본래 정신을 살리는 방안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민영화한 KT를 상대로 구태의연한 간섭을 해서는 안되지만 통신정책차원에서 긴밀한 협조가 요구되는 것은 민간회사 KT의 협조를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앞으로의 정부 대응책이 주목된다.

 이제는 KT 민영화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를 추스려야 한다. 급한 것은 KT와 파워콤의 민영화 추진에 통신업체들의 자금이 집중돼 위축되어 있는 정보기술(IT) 투자를 살리는 것이다. 통신업체들이 공기업 지분 매입 경쟁에만 매달릴 경우 내년으로 계획된 IMT2000서비스 등 차세대 통신서비스가 차질을 빚고 이는 곧바로 IT 경기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IT 경기침체는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부나 업계가 고민해야할 대목이다. < wc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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