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온정주의 경영

 ◆<하나로통신 사장 신윤식 shin@hanaro.com>

최근 한 채용정보 사이트가 신세대 직장인 약 2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장인 의식조사’ 결과는 자못 흥미롭다. 응답자의 70%에 달하는 직장인이 실업을 염두에 두고 있고,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도 65%에 이른다고 한다. 신세대 직장인 특유의 가치관이라고 해도 평생직장이 사라진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해 조금은 씁쓸한 구석이 있다.

지난 97년 이후 우리 기업들은 IMF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이라는 새로운 경제원칙을 도입해야만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외형적인 성장에만 치중해 왔던 부실기업들은 ‘구조조정이 곧 정리해고’라는 새로운 등식을 성립시키며 인원감축에 열을 올렸고 이로 인해 한창 왕성하게 일해야 할 40대 이상의 많은 직장인이 실직의 고통을 겪기도 했다.

 지금 국내의 경제상황은 많이 호전됐다. IMF 경제위기도 극복했고 각 경제 유관기관들이 올해 5∼6%의 경제성장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정리해고와 같은 극단적인 구조조정 방식은 시장에서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국내 기업들이 온정주의적인 경영을 도입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해 본다.

 한 때 정리해고에 열성적인 경영인이 경영을 잘하는 사람으로 존경받던 적이 있었다. 같은 시기에 온정주의는 반시장적인 것으로 간주돼 시장으로부터 배척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인간관계와 인연을 중시하는 동양적 미덕을 기초로 온정주의적 경영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아 인적자원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다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신뢰에 기초한 파트너십으로 경영진, 직원, 자회사, 협력업체 등 기업의 구성원 서로가 윈윈하는 온정주의 경영이야말로 기업성장과 시장발전의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케임브리지 경제학파의 수장인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은 “경제주체들이 ‘냉철한 이성’과 함께 ‘따뜻한 심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냉철한 이성으로 시장의 논리를 추구하되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시장 속의 인간을 생각하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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