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루카스 감독이 또 한번의 대 도박을 준비하고 있다. ‘스타워즈(Star Wars)’ 시리즈 최신작 ‘스타워즈:에피소드Ⅱ-클론의 공격(EpisodeⅡ-Attack of the Clones)’을 찍는 과정에서 기존 셀룰로이드 필름을 버리고 디지털 카메라를 잡기로 한 것.
이는 지난 77년 서구인들의 정서에서 크게 벗어난, 일종의 SF무협물인 스타워즈 시리즈에 도전한 것에 못지않은 도박으로 평가된다. 이전 편인 ‘에피소드Ⅰ-보이지 않는 위험(The Phantom Menace)’이 지난 99년 4개 극장에서 디지털 영사기를 통해 상영됐을 때 루카스 감독은 “다음 영화는 훨씬 더 많은 디지털 영사기를 통해 관객을 만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99년 당시 그는 500개 극장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영화가 디지털 영사기를 통해 보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지만 지난 16일 개봉된 ‘클론의 공격’ 개봉에 맞춰 미국내 극장에 설치된 디지털 영사기는 총 60∼70대가 고작이었다. ‘에피소드Ⅱ’는 현재 설치된 디지털 영사기나마 모두 이 영화를 상영하도록 예약을 해 둘 예정이지만 미국 전역의 6000여개 스크린은 어쩔 수 없이 재래식으로 인화된 필름을 상영해야 할 처지다.
루카스 감독이 디지털 영사방식을 주장한 이유는 이 방식만이 자신이 의도한대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기 때문. 영화 장면을 디지털로 저장한 뒤 재생해 보는 디지털 영사기술을 사용하면 필름 마모로 인한 화면 흔들림이나 줄이 생기는 현상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어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관객 입장에서도 눈의 피로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루카스는 자신의 예상대로 영사환경이 변화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영화계 풍토를 지적했다. “영화 제작자들과 극장주들이 디지털 영사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변화란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을 상대로 더 이상 싸울 수 없을 때까지 싸우고 싸워 얻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카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디지털 영사가 시기상조라고 반박한다. 영화 제작자와 극장 관계자들은 영화계에서는 아직 디지털 기술이 대중화되지 못했으며 기술표준 정립과 불법복제 차단, 스크린당 15만달러에 달하는 디지털 영상 시스템 설치에 따른 융자 지원 등 각종 문제들이 선결돼야 디지털 상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스타워즈 배급사인 20세기폭스의 짐 지아노풀로스 회장조차 “루카스가 영화업계의 개척자로 디지털 영사라는 새로운 분야의 길잡이가 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납득이 가지만 디지털 영사 시스템이 매우 큰 변화이기 때문에 제작사나 극장이나 이러한 변화가 적절한 방식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할 정도.
루카스가 영화업계와 디지털 기술발달을 미리 내다 본 선구자가 될지 아니면 돈키호테라는 평가에 그칠지 관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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