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피플>포항공대 제정호 교수

 암질환은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쉽지만 초기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암세포가 워낙 작아 일반적인 촬영장치로는 관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세한 암세포를 관찰할 수 있는 촬영장치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희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장비가 국내 대학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암 정복의 길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

 주인공은 바로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제정호 교수(45). 제 교수는 최근 엑스선의 해상도와 선명도를 대폭 향상시켜 물질 내부구조를 나노 수준까지 볼 수 있고, 미세공정의 전과정을 실시간으로 투시·관찰할 수 있는 ‘초미세 엑스선 투시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비파괴적인 방법으로 종래의 엑스선 촬영에 비해 훨씬 짧은 시간에 몇천 배 이상의 향상된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일반화되면 의료용 엑스선 촬영은 이제 더이상 뼈 등 인체의 커다란 경조직을 촬영하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미세혈관의 연동운동, 체내 극소형 의료기기의 동작, 더 나아가 항암약물과 인체의 상호작용, 암 종양의 파괴 등을 고배율로 투시·관찰할 수 있는 탁월한 현미경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또 이 기술은 반도체 검사·재료과학, 심지어 고생대 화석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기술은 과학기술 권위지인 네이처에 실리면서 전세계 주목을 끌고 있다.

 제 교수가 이 같은 엑스선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8년 전이다. 대학 졸업 후 쭉 전자박막을 연구해온 제 교수는 전자박막의 구조를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따라 지난 93년부터 엑스선의 산란을 이용한 박막의 원자구조 분석을 실시했으며, 94년 미국 액손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지내면서 본격적으로 엑스선 산란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98년 엑스선 이미징을 이용한 분석연구가 태동되면서 제 교수도 이 분야에 뛰어들어 이번에 전세계가 놀랄 만한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이번 장비가 해외 유사 장비와 크게 다른 점은 실시간으로 관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해외 장비의 경우 15초에 1장 정도를 촬영할 수 있지만 제 교수가 개발한 장비는 1초에 200장 정도를 촬영할 수 있다. 때문에 대상의 변화 과정을 그대로 관찰할 수 있어 연구장비로는 최적격이다.

 특히 최근 반도체의 회로 폭이 좁아지면서 전기도금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 기술은 측정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는 전기도금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연구에 크게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제 교수는 엑스선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면서 지난 3년간 엑스선에 대한 해외 논문을 60여편 발표하는 등 엑스선 분야에서 권위자로 떠오르고 있다.

 제 교수는 “엑스선은 비파괴적인 방법으로 물질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어 활용 분야가 넓다”며 “특히 이번에 개발된 장비는 다른 방법으로는 볼 수 없는 현상들을 마치 영화를 보듯 직접 볼 수 있어 향후 첨단과학 분야에 크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약력

 △79년 연세대 금속공학과 졸업 △83년 KAIST 재료공학과 박사 △83∼85년 독일 KFA 연구원 △86년∼현재 포항공과대학 교수 △94년 미국 엑손연구소 객원연구원 △2001년 미국 알곤연구소 객원연구원 △99년∼현재 LG디스플레이연구소 고문교수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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