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100만대 보급 구호만 요란 발벗고 뛰긴 하는데 곳곳에 `암초` 투성이

 2002 한일월드컵 행사 등을 계기로 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이래 줄곧 내세워 온 디지털TV 100만대 보급계획은 실현가능한가.

 지난 3월부터 정통부·산자부 장관이 여러 차례 디지털TV 제조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으나 정작 보급을 맡은 관련 산업계는 별로 보급대수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다.

 업계의 시각을 요약하면 디지털TV 100만대 보급을 통해 디지털 인프라를 확산시킨다는 정통부의 계획과 지원노력은 인정하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얘기다. 정작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를 비롯한 중견업체 외산업체 등 관련업계가 올해 예상하는 디지털TV 보급 대수는 50만대 수준이어서 정부 목표의 절반에 불과하다.

 업계는 100만대라는 보급 목표를 설정해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HDTV방송 콘텐츠 다양화와 조속한 특소세 인하라는 현실적 문제부터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정통부측에 바라는 부분은 HDTV방송 콘텐츠 다양화와 함께 전송과정상의 문제점 해소다.

 디지털TV로 보더라도 수도권에 제한적으로 송출되고 있는 방송 사정상 HD 디지털TV를 경험하지 못한 고객이 이를 사도록 유도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HDTV를 보고 싶어하는 소비자 그룹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아파트단지에서 케이블TV를 통해 시청하는 경우를 감안해 디지털케이블방송이 가능하도록 정통부가 다양한 계기와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관련업계가 거의 희망을 버린 사안이긴 하지만 산자부와 재경부에 ‘월드컵행사 이전에 프로젝션TV에 대한 특소세 인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강력히 바라고 있다.

 산자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프로젝션 TV 특소세 인하 문제에 대해 재경부측과 적극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실무자간 논의만 몇 차례 오갔을 뿐 자칫 연말까지 늘어질 공산이 큰 게 현실이다. 산자부가 여전히 “특소세 인하가 공식적 입장”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재경부는 이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통부가 다양한 콘텐츠 확산 문제를, 산자부가 재경부의 강력한 협조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디지털TV 100만대 보급계획을 통한 디지털 인프라 확산과 이에 따른 디지털TV산업 활성화 효과도 물건너 가리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관련업계는 정부가 공식발표한 디지털TV 보급대수에 대해서도 별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들 관계자는 “디지털TV는 물론 셋톱박스와 수신카드까지 디지털TV 보급대수에 합산하는 현행 방식은 무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통부와 산자부, 전자산업진흥회가 올들어 지난 3월까지 보급됐다고 밝힌 총 14만9883대의 디지털TV 판매 누계대수는 지상파 DTV용 셋톱박스 6859대와 PC용 지상파 DTV수신카드 2581대를 포함시킨 것이었다.

 관련업계는 “디지털 인프라 확산을 내세우는 정통부는 디지털TV 100만대 보급에 연연하기보다는 방송 콘텐츠 확산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며 “산자부측도 산업진흥 부처인 만큼 산자부의 공식입장이라는 프로젝션TV에 대한 특소세 인하를 실현해 산업계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월드컵 개막전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가운데 정부가 디지털 인프라 확산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TV 연내 100만대 보급계획은 여전히 해결과제를 안은 채 보급 확산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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