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가 날 새느니 먼저 저지르고 보자.’
음성데이터통합(VoIP) 인터넷 전화의 역무를 구분하고 착신용 번호를 부여하는 업계의 현안에 대한 정책마련이 지체되는 가운데 답답함을 참지 못한 사업자들의 돌출행동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VoIP전화 제도는 사업자간 견해가 크게 엇갈리는 데다 전체 통신시장의 기본 틀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기 때문에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VoIP전화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업체들은 관련 규제가 명확하지 않은 틈을 타 사업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존 틀이 무너진다=첫 테이프는 하나로통신(대표 신윤식)이 끊었다. 하나로통신은 케이블 가입자들에게 VoIP전화 서비스를 부가로 제공하면서 6000번대 국번호를 제공했고 0506 평생전화번호를 ADSL가입자용 VoIP 착신번호로 제공했다. 하나로통신측은 “VoIP는 역무가 아니라 기술일 뿐이기 때문에 시내전화 역무용 국번호 부여에 문제가 없다”며 “이 부분은 정통부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시내전화 부분은 일단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으며 별정사업자로서 제공하는 시외전화 역무에 문제가 있는지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VoIP 업계에서는 무선호출 번호인 012와 015를 VoIP전화 착신용으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VoIP전화업체 관계자는 “012, 015 가입자가 아직 있기 때문에 번호를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번호를 이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200여만명까지 서비스하던 무선호출사업자의 교환기와 여유분이 많은 012, 015 번호를 활용하면 VoIP전화 사업을 활성화하면서 사용률이 저조한 번호자원 사용을 극대화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업체는 호출번호를 VoIP사업자에 나눠주고 연결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적극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별정통신 사업자는 구내통신 서비스 제공을 위해 부여받은 국번호를 이용해 VoIP 착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검토중이며 또 다른 업체는 세계 각국의 VoIP사업자들과 협력체를 구성해 국제기구에서 별도의 국가번호를 부여받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정통부 입장=정통부는 사업자들의 의견을 묻는 전담반 활동을 마치고 9개 사업자가 참여하는 VoIP별정통신 관련 과제를 진행중이다. 정통부 서광현 부가통신과장은 “과제 결과에 따라 다음달이면 역무·번호 등을 포함한 정책초안을 공개하고 공론화할 것”이라며 “착신번호 문제만 해도 기존 국번호를 따를 것인지 별도의 식별번호를 부여할 것인지조차 결정나지 않은 상황이라 업체들의 섣부른 사업시도는 향후 착신번호 재조정 등 시행착오를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부측은 외국에서도 VoIP정책을 명확히 제시한 사항이 없는 만큼 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선진모델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향후 차세대네트워크의 출범과 PSTN망의 대체여부, 장비산업 발전속도, 통신망에 대한 미래의 투자보장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는 신중한 행보를 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단기적으로는 VoIP를 별도의 역무로 구분하고 최대한 간단한(040·07×·09×·050×·030×× 등 가능) 식별번호를 부여하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VoIP를 기존 역무에 편입시키고 일반 국번호를 부여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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