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 단체에 대한 중기청의 낙하산 인사가 눈총을 받고 있다.
중기청은 최근 현 김광수 경영지원국장을 산하 창투사인 다산벤처의 사장으로 내정한데 이어 이달초에는 O 과장을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추천했다. 또 지난 3월말에는 고학근 전 감사담당관이 중기청의 추천을 받아 벤처캐피털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달여만에 3명의 중기청 간부가 산하기관 및 관련 단체로 자리를 옮기거나 옮길 예정인 셈이다.
유탄(?)을 맞아야 하는 산하 기관들에서는 전전긍긍 속앓이를 하면서도 중기청의 눈치를 보느라 드러내놓고 반발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협회의 역량 강화 및 대외 교섭력 증대를 위해 상근부회장제를 처음 도입하는 벤처기업협회의 경우는 당초 중앙부처의 국장급 퇴임 공무원을 포함한 영향력 있는 인사 영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중기청에서 현직 과장급 인사를 추천하자 이에 대해 긴급 회의를 갖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김광수 경영지원국장이 내정된 다산벤처 사장 자리의 경우도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말 창투사 등록 이후 책임 경영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에서 벤처투자에 대한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공무원 출신이 맡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자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와 함께 이 자리를 임기제로 한 것에도 의구심을 갖고 있다. 투자에 대한 명확한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하는 벤처캐피털의 특성상 임기제 사장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시각이다. 특히 매번 임기 때마다 낙하산 인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산하단체나 기관으로 자리를 옮겼거나 옮길 예정인 사람들의 개인적인 능력이나 자질을 문제 삼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이 오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업무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낙하산 인사가 그렇듯이 중기청의 이번 조치도 힘있는 사람의 인사 청탁이나 내부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인상을 풍긴다는 점이다.
낙하산은 내려가는 데만 쓰일 뿐 올라가는 데는 사용하지 못하는 일방향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기구다. 낙하산 인사 또한 이같은 일방향성을 내포하고 있다. 중기청의 추천이나 강요가 아니더라도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산하 기관에서 먼저 그 인물에 대한 영입을 먼저 제의할 것이다.
인사는 만사다. 최근 일련의 인사를 두고 볼 때 최상을 선택한다 해도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인사를 중기청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표적인 악습으로 지적되고 있는 낙하산 인사를 일사천리로 해대고 있는 중기청에도 어떤 말못할 고민이 있는지 한번쯤 듣고 싶다.
<디지털경제부·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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