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임상호 박사는 지난 4개월 동안 나노기획 취재진의 기술자문과 현지안내역을 맡아 미국·일본·유럽의 나노기술현장을 방문하는 귀중한 경험을 가졌다.
임 박사는 국내서 손꼽히는 나노기술 전문가로 현재 KIST 산하 나노소자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쟁쟁한 해외 나노연구소 관계자들과 나노기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인 것이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세계 나노기술 기획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소감은.
▲한마디로 힘들었지만 매우 보람있는 시간이었다. 가급적 많은 해외연구소를 방문하느라 강행군을 거듭했지만 전자신문 독자 여러분에게 세계 나노기술의 현황을 단편적이나마 전달한 데 자부심을 느낀다. 나노기술이 단순한 과학계의 유행이 아니라 21세기 인류문명 유지에 필수적인 대안이란 확신을 이번 해외취재로 갖게 됐다.
―현재 세계 나노기술의 발전단계를 평가한다면.
▲나노기술은 최근 세계적인 붐이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나노란 이름만 붙이지 않았을 뿐 광범위한 연구가 있었다. IBM 취리히가 원자를 관찰하는 STM 및 AFM을 발명한 것은 16년 전이고 일본도 국가차원의 나노기술프로젝트 JRCAT를 발족시킨 지 올해로 10년째다. 그러나 나노기술의 상업적 응용은 아직도 초보적인 단계다. 전자빔 리소그래피 기술은 매우 작은 나노구조물을 만들 수 있지만 시간·비용문제로 상업적 응용이 어렵다. 현재 나노임프린트, 소프트 리소그래피 등 나노기술의 상업적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 속속 개발돼 향후 7∼8년 내에 괄목할 성과가 예상된다.
―나노기술 선진국인 미국·일본·유럽 등지를 두루 살펴봤는데 각 지역의 나노기술 수준과 특성을 비교한다면.
▲굳이 비교하자면 미국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단일 연구실의 인프라뿐만 아니라 연구실간의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2000년 2월 의회에서 나노기술의 중요성을 강요하기 훨씬 전부터 미국방부를 포함한 산·학·연간의 유기적인 나노기술연구가 진행돼 왔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보다 나노기술을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단기간에 매우 우수한 연구 인프라를 구비했다. 가는 곳마다 첨단 연구장비가 그득했으나 연구자의 수는 그리 많지 않고 미국·유럽과 비교할 때 연구그룹간 교류도 활발하지 못했다. 아마도 일본의 특유한 사회문화 때문으로 생각된다.
유럽은 연구 인프라 측면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뒤지나 다양한 분야에서 기초기술에 매우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유럽이 그동안의 통합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일본에 비해 문화·정치·경제적으로 훨씬 더 다양하고 국가가 제공하는 연구비의 비중이 높아 경쟁력 있는 기초연구가 많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취재를 통해 우리나라의 나노기술연구에 효과적인 접근방법을 조언한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나노기술 연구비 지원에 있어 미국식의 완전 자유경쟁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인적·물적 인프라가 매우 빈약한 우리실정에 낭비적인 요인이 너무 많다.
우리나라는 꼭 필요한 나노기술의 우선 순위를 설정한 다음 우리가 가진 인적·물적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또 정부의 연구비 지원에 있어 산·학·연간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일본보다 자원이 적은 나라에서 정부가 나노기술연구에 가닥을 잡아주지 않으면 선진국과 도저히 경쟁이 힘들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동안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의미 있는 취재기획에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전자신문사와 무한기술투자측에 감사를 드립니다.
임상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나노소자연구센터장 sangho@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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