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라지노믹스·암젠의 신화를 꿈꾸던 600여개 국내 바이오벤처가 생존 방안을 찾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4년 전부터 바이오 붐을 타고 우후죽순 늘어난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최근 연구실적 저조에 따른 투자감소와 바이오 거품론의 영향을 받아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바이오 벤처산업의 실태와 원인, 그리고 대책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한때 ‘무슨 무슨 바이오벤처’라는 간판만 달면 여기저기에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돈을 싸들고 찾아와 ‘꼭 투자하게 해달라’며 사정하던 적이 있었다. 바이오벤처들은 IT벤처들이 된 서리를 맞은 후 그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후 4년여가 지난 지금 바이오벤처기업들은 단돈 몇천만원을 구하지 못해 회사를 팔아넘기거나 매출실적을 올리기 위해 건강보조식품 판매에 뛰어드는 등 수렁에 빠져 있다. 기업 논리상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라도 동원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바이오산업 관계자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바이오산업이 21세기의 황금시장이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국내 바이오벤업체들은 ‘바이오 거품’ 속에서 아사 직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바이오벤처기업들은 나름대로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건강보조식품 판매다. 건강보조식품은 바이오기술을 쉽게 적용할 수 있고 식품이기 때문에 검사도 까다롭지 않다. 그리고 당장 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상당한 기술력을 갖춘 1세대 바이오벤처들은 너도 나도 건강보조식품 판매에 뛰어들고 있다. 또 중도에 사업을 포기하고 회사를 팔아넘기거나 기술을 파는 회사도 나오고 있다.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기기 전문업체인 A사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에 이어 최근에는 바이오 침구류 판매에 나섰다. 바이오폴리머를 만드는 R사는 숯을 이용해 상품을 만드는 유통사에 회사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원 출신인 이 회사 사장은 다시 연구원으로 복귀했으며 바이오벤처는 유통사에 흡수돼 건강보조식품 원료를 공급하는 공장으로 전락했다.
다른 바이오기업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단계로 알려진 네트워크 마케팅회사를 통해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기 위해 혈안이다. 고지혈증 예방약을 만들던 A사는 키토산을 소재로 바이오식품을 만드는 C사와 함께 네트워크 마케팅회사가 원하는 건강보조식품을 만들기 위해 서로의 바이오식품 원료를 섞은 건강보조식품 생산에 나섰다.
해외에서 시약이나 실험기기를 가져다 판매하거나 휴대폰 등 바이오와 상관없는 물건을 판매하는 회사도 있다. 바이오컨설팅기업을 표방하던 C사는 시약을, 바이오인포매틱스회사인 D사는 휴대폰 중간유통업을 하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천연물을 이용한 콜레스테롤 저하 물질을 개발하던 J사는 최근 모든 사업부를 정리하고 문패만 내건 회사가 됐다. 이 회사를 운영하던 E 교수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생명공학을 가르치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첨단기술이 해외에 헐값에 팔리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F사는 해외 바이오기업에 신약탐색기술을 5000만원에 판매하고 회사를 정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사장은 “고속신약탐색기술은 바이오산업 발전에 밑바탕이 되는 기술이지만 투자를 받을 수 없어 해외 바이오벤처에 이 기술을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전의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N사도 투자유치가 어렵고 코스닥 등록도 여의치 않자 기술을 해외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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