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 업스테이트 의과대학 방문교수
업스테이트 의과대학병원은 올 봄부터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 병원은 최근 미국병원인준평가에서 최상급으로 평가받았고 뉴욕주 북부지역에서 최고로 알려져 있는데 이제서야 PACS를 도입한다니 우리나라보다 미국이 의료정보의 활용은 조금 늦은 편임을 알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PACS를 도입하는 병원 수나 비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
원격진료 중 가장 손쉽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PACS에서 인터넷을 활용한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므로 앞으로 우리나라 의료정보 분야에서 인터넷 활용은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회선의 속도도 빨라짐에 따라 더욱 발전할 것이다.
이런 발전에 대한 전망은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인터넷과 의료정보’의 전반적인 내용에는 국민과 의료인이 기대하는 우선 순위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국민은 ‘건강정보’와 ‘질병정보’에 관심이 있고 의료인은 ‘학술정보’와 ‘의료기술정보’에 더 관심이 있다. 의료인을 대상으로 하는 학술정보에선 퍼브메드(PubMed)와 같은 논문정보가 가장 우선 순위다. 국내 의학학술지 정보는 최근 여러 단체에서 제공하기 시작하고 학회도 관심을 가져 많은 발전을 이뤄 국내 의학논문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기가 손쉬워졌다.
인터넷에서의 의료정보는 대부분 사용자 중심에서 발전해 왔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어디가 불편하거나 더욱 건강한 삶을 위해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을 때 부딪치는 문제가 있다. 어떤 질병 상황에 대한 공부를 해 그 분야 전공 의사를 제외한다면 의사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추고 병의원을 찾는 사람도 많지만 모두가 다 그럴 수는 없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정보가 폭발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질 평가가 문제다. 필자도 의사지만 어리석게도 허리 추간판탈출증에 좋다는 어떤 기구를 구입해 가족에게 쓰도록 한 적이 있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다. 의사인 필자도 이럴진데 일반 국민은 이런 허위광고에 더 쉽게 넘어가고, 질병을 더 악화시킬 수 있을 수 있다.
이렇듯 ‘인터넷과 의료정보’에선 인터넷이란 전송기술을 이용해 많은 내용을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내용 그 자체의 질이 가장 큰 관심다. 현 제도의 특별한 보안이나 개선이 없어도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의료인 대상의 의료정보를 인터넷에서 발전시키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국민에게 제공하는 내용 자체에 대한 감시 및 전문가에 의한 인준평가 작업을 제도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런 작업은 매우 어렵다. 또 세계의 정보를 다 보는 상황에서 국내 제도만으로도 유용성 평가가 어렵다. 그러나 그대로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이제 작업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유해 또는 건강에 무익한 과장의료 상업 내용에 대한 규제는 이미 실정법에서 가능하지만 그런 법망을 피하는 수준의 수많은 내용은 거의 방치상태에 있다. 국민이 알아서 평가하는 도리밖에 없다. 거꾸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인준을 하고, 주기적으로 평가를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넷이 의료정보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필자는 한국에서뿐 아니라 이곳에서도 전세계 의사 및 일반인에게서 질의를 받고 답을 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이 가능하게 한다. 이런 자문에서 더 나아가서 인터넷을 통한 환자 진찰 등의 의료 행위는 아직 보험에 적용되지 못하고 인정되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분야는 어떻게 발전시키고 어떤 틀에서 해야 할지 더 연구가 필요하다.
그동안 인터넷은 전송기술 발전에 따라 표준화 등 여러 분야에 긍정의 효과를 미쳤고 상승효과로 의료정보는 이제 인터넷과 별개로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새로운 도구가 나타나 의료정보 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용한 지 10년 남짓하므로 이제 긍정이나 부정의 영향을 다시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초창기 인터넷 활용 분야에 대한 논의에서 교육과 의료가 가장 효용성 있는 분야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의료정보 분야가 인터넷 활용으로 크게 발전해 국민 건강에 기여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의료정보 분야에서 세계의 선두자로서 인류의 건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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