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HP 어디로 가나>(4/끝)조직 및 과제

HP와 컴팩 양사는 합병이 처음 발표되고 한달 뒤인 지난 10월부터 합병을 성공리에 완수시키기 위해 전담팀인 ‘클린 팀’(Clean Team)을 운영해왔다. 클린팀은 그동안 합병후 잔존할 생산라인과 폐쇄하는 라인, 합병후 거래를 중단하거나 확대할 공급업체와 제휴 업체, 사무실 유지와 폐쇄, 양사간의 기업문화 극복 등 전반적이고 세부적 사항들을 점검해 왔다. 합병 작업이 예상보다 방대해지면서 클린팀 인원도 900명에서 최근 1800명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애초 지난 1일까지 합병 계획을 마무리하려 했던 양사는 법정 소송에 휘말리면서 이를 내달초까지로 미뤄 놓고 있다. 세계 IT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새 HP는 칼리 피오리나 최고경영자와 마이클 카펠라스 사장 산하에 △이미징·프린팅 △액세스 디바이스(PDA, 핸드헬드 등) △IT 인프라 △서비스 등 크게 4개 조직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HP는 이달초 새 HP의 경영진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이에 따르면 서버와 워크스테이션을 전담할 엔터프라이즈 시스템 그룹 대표는 컴팩측 피터 블랙모어 부사장이, 그리고 소프트웨어 사업은 HP측 노라 덴젤이 내정됐다. 또 PC 등 퍼스널시스템그룹은 HP측 듀안느 차이츠너, 네트워크 스토리지 솔루션 분야는 컴팩측 호워드 엘리아가 주관한다. 이외에도 컴팩에서 인텔 서버를 관할했던 메리 맥도웰이 합병사에서도 계속 같은 직무를 유지하며, HP측 스콧 스톨러드 역시 유닉스 서버를 계속 맡는다. 기업용 PC는 컴팩측 제리 콜러웨이가, 소비자용 PC의 경우 HP측 존 로마노가 책임질 예정이다.

 새 HP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높다. 우선 고객들에게 이전보다 나은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제품·인력의 원활한 통합, 이질적 기업 문화 조화, 대량 해고에 따른 후유증 극복 등이 과제다. 이와 과련, 클린팀의 한 관계자는 “컴퓨터 부품 관리 등 여러 사업방식에서 양사가 차이가 있다”며 “HP 직원들은 주로 음성메일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반면 컴팩 직원은 전자우편을 선호한다. 그리고 HP 직원은 분석적이며 결정을 내리기 전에 데이터를 철저하게 평가하는 반면 컴팩 직원들은 결정을 빨리 내리고 나중에 문제를 해결한다”며 양사간 차이를 설명했다. 애널리스트 등 시장 전문가들은 새 HP의 숙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시했다.

 ◇직원 유출=기술업체들은 숙련된 노동자들이 가장 큰 자산인데 보통 합병 후에는 엄청난 인력유출이 뒤따른다. 경영자들은 이를 막기 위해 거액의 인센티브를 지불하고 있는데 현재 새 HP도 3억달러 이상의 보너스를 합병후 직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트렌드 부응=거대한 두 회사를 하나로 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집중력이 요구된다. 이에 반해 제품 트렌드는 빠른 속도로 진행돼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합병 효과를 내기도 전에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실제 수년전 컴팩이 디지털이퀴프먼트를 인수할 당시 합병 작업에 무려 1년이 걸렸다. 이 때문에 컴팩은 경쟁업체인 델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 많은 고객을 빼앗기고 말았다. HP 역시 89년 워크스테이션업체 아폴로컴퓨터를 4억7600만달러에 인수했지만 이후 트렌드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해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고객 이탈=제품 출하가 지연되거나 앞날이 불확실한 모습을 보이면 고객은 즉시 반응한다. 특히 IT고객들은 컴퓨터 구입시 제조업체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해줄 수 있는지 매우 중요시 여긴다. 유명한 PC 애널리스트 베어 스턴스의 앤드루 네프는 “만약 상황이 복잡하게 얽히게 되면 양사 고객들이 즉시 떠날 것”이라며 “델과 선은 벌써부터 컴팩과 HP고객들에게 많은 문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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