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IT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우리 민족의 창조적 저력 때문입니다. 그것을 잘 말해 주는 것 중 하나가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문자인 한글입니다. 특히 한국은 금속활자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출판 기술을 자랑해 왔습니다. 전자책은 근대에 뒤처진 출판 기술을 다시 한번 세계 최고의 수준을 만들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국내 출판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전자책컨소시엄(EBK)을 이끌고 있는 김경희 회장(64)은 지난 30여년간 인문학 관련 출판사업을 펼쳐온 국내 출판업계의 원로다. 하지만 그런 김 회장이 전자책에 기울이는 관심은 각별하다.
사실 김 회장은 지난 91년 한국출판연구소장을 맡은 시절부터 전자출판에 대해 연구했을 만큼 전자책과의 인연이 깊은 인물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지난 10년간 국내 전자책 산업의 역사가 김 회장과 발자취를 같이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류 매체의 발달은 책이라는 시각 매체에서 TV라는 시청각 매체로 발전한 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컴퓨터라는 가상공간으로 이어지면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대로 기록하고 재현하는 복합매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출판 역시 종이책으로만은 살아남을 수 없고 새로운 기술의 발전 위에 현실과 가상을 모두 아우르는 열린 출판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자출판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런 김 회장도 한편으로는 ‘전자책 시대의 도래는 필연적’이라고 역설하면서도 ‘전자책 사업 또한 인류와 민족의 문화발전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기본을 강조한다. 지난 33년간 지식산업사를 운영하면서 쌓아온 경륜이 그대로 배어있는 시각이다.
“지난 2000년 세계출판업자 회의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자와 영업자를 보내 전자책 붐을 일으켰던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콘텐츠를 보유한 기존 종이책 사업자들이 의식을 전환하지 않고서는 전자책 발전을 바라볼 수 없을 겁니다.”
전자책은 종이책 출판계를 위협하는 새로운 매체가 아니라 멀티미디어시대에 출판계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해법이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출판업계는 반응은 이에 비해 상당히 더딘 편이다. 이에 대해 김회장은 종이책에 전념해온 기존 출판사업자들의 의식이 전자책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한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보안기술과 저작권 문제 해소·가독성이 높은 폰트와 인터페이스 구현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숙제기는 하지만 이는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해결되고 있다”며 “앞으로 5년 이내에 전자책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전자책 산업은 조만간 IT산업을 키우는 또 다른 열쇠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타국에 비해 한 발이라도 앞서 있을 때 더욱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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